아주까리 동동(動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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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까리 동동(動動)
이 순섭
사람들은 자신을 나타내는 도장을 가지고 있다.
인주(印朱)가 말라서 잘 찍히지 않는다.
그릇 냉수 위로 먹물 한 방울 떨어져 전체가 뿌옇다.
화면에 정지된 뭉쳐지고 흩어진 구름이 말을 걸어온다.
당신의 몸을 눕힐 수 있는 솜을 준비하고
피마자 씨에서 기름을 있는 힘껏 짜라
못다 한 수은과 넘쳐나는 황을 섞어
쳐다보고 동동(動動).
손 안에 가볍게 잡힐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먹고
몸 속 혈관을 떠도는 밥알을 밖으로 내보내
생명을 끝내지 않고 연장하는 벌판에 꺾거나 떨어진
나뭇잎 찍어낼 붉은 인주(印朱)는 이 세상에 없다.
엄지손가락 지문을 대신하는 무엇으로 만들건
도장으로 표시하고 나타내는 종이 위에
전원이 꺼지기 전 저장하는 기록들
손으로 쓰거나 손가락으로 작동한 글
멀리서 바라보고 동동(動動)
이 세상에 건진 건 단 하나 구름을 먹고
비를 마시고 바람으로 티끌 쓸고
눈으로 몸을 닦아 드러눕는 솜 밭
이것은 흔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붉거나 검거나 파랗거나 나타날 수만 있으면 좋고
빨갛게 표시되면 더욱 좋은 사람들
집안에 가장 오래된 역사가 숨 쉬는 찬장 안
허겁지겁 문 닫는 소리에 놀라
붉게 물든 엄지손가락 내려다보고 동동(動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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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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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을 찍을때나 손 지문을 찍을때 필요한 인주나 스탬프,
증표의 증표를 남기기위한 흔적을 나타낼 수 있는
도구에 아주까리 기름을 떨어트려 더욱 진한 윤곽을
그려봅니다
(아주까리 동동)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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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사람마다 자신을 나타내는 도장이 있지요
아마 드러나지 않는 도장을 표현하기 위하여 조물주는
말의 관문인 붉은 입술의 도장을 준것 같네요
이제 그 도장의 색상도 세상에 묻혀 빛을 잃어가고 있으니
본디 선명한 그 색을 찾고자 발을 동동 굴리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