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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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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117회 작성일 2007-09-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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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단상


                                                                                                                                                          이 월란



어느 병원의 산모대기실, 여기저기에서 배 불룩한 여자들의 짜증 섞인 신음소리가 병실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끝까지 기어올라야만 뭔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추락해야만 하는 소리다. 적잖이 발악을 해대던 옆 침상의 몸 풀 산모의 늙은 어미는 내가 지키고 있던 침상의 여자를 잠시 지켜보더니 말했다.
<색시, 소릴 질러. 소리라도 내 놓으면 좀 낫지>

내가 왜 거기서 그녀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켜보게 되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신음소리 하나 새어나오지 않게 어금니를 악다물곤 간간이 이불깃을 움켜쥐고 입안으로 틀어넣기도 했었다. <독한 년> 그렇게도 생각했지 싶다.

옆에 있을 때 그녀의 시선은 늘 멀리 멀리, 우주 밖에 가 있다. 멀리 있을 때 그녀는 내 옆에서 숨 쉬고 있다. 육교 위에 엎드린 걸인에게 지폐를 꺼내주지 않곤 지나친 적이 없는 그녀는 늘 얼음 위를 걷고 있는 듯 차갑다. 어느 날, 그녀와 나란히 걷다가 난 보았다. 그녀의 발이 땅에 닿아 있지 않음을. 그리고 두 발에 묻어 있는 선명한 상처들을 보았다. 12층 아파트에서 뛰어 내린 상처를, 독극물을 삼킨 상처를, 넘치는 강물에 몸을 던진 상처를.

우린 한번도 서로의 몸 속에, 근원을 알 수 없는 급류를 안고 흐르고 있는 그 강물에 대해 말 한 적이 없다. 서로 너무 솔직해 진다면 우린 서로의 강물에 뛰어 들 수 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평상시에도 무대 위의 배우처럼 말을 한다. 그녀는 아침, 저녁으로 아무도 몰래 독주를 들이마시며 내일의 대본을 외우는지도 모를 일이다. 

기다림의 미학은 어디에도 없었던, 조만간 빠져나오고야 말 생명의 변비에 걸려 양변기에 앉아 끙끙대던 그 병실에서 우린 아직 퇴원 수속을 마치지 않았던가. 고통의 순간에 난 곧잘 대본을 잊어버린다. 관객들에게 조롱 당하지 않기 위해 타인의 고통인 듯, 구경꾼의 침묵을 멋지게 빌어온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나누어 가질 순 없지 않던가.

벼린 슬픔의 날은 무엇이든 벨 수 있다. 유린 당한 마음의 치욕은 누구라도 고발할 수 있다. 삶의 곡예는 이리도 처절한 것을. 몇 켤레의 신발만을 남기고 갈, 욕망의 사슬을 두르고 치러내야 하는 평생의 형기(刑期)는 시퍼렇게 감금되어 있던 늑골 아래 미망(迷妄)의 샘물이 봇물처럼 터지는 날, 마침내 고통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불러터진 배로 고통까지도 포식하던 그녀와 난 자매지간이다. 내가 감당해 낼 수 있는 고통의 한계는 어디인가. 가끔 숙질같은 슬픔의 사슬이 나의 사지를 묶어버리고 갑자기 찬 것을 들이킨 듯 숫구멍까지 시려오면 어디선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
<색시, 소릴 질러. 소릴 질러>
                                                                                                                                                          2007.9.4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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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색시, 소릴 질러. 소릴 질러>
남자들은 몰라요...
하지만, 짐작할 수 있어요.
오늘도 하나를 배웠네요.
감사합니다. 고운 밤 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픔, 고통, 간단히 옮길 수 있는 단어이나, 아픔의 표현은 각양각색이어서 저의 현장에서도,
환자들의 말에 치우치지 않고 가능한 한 객관적인 순서의 진찰을 거쳐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치료의  과정을 마치어 실생활 중에는 아프면, 참지 말고 입으로 발성하여 표현하도록 권유도 합니다.
아픔의 발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성 분만에서도 처한 환경과 입장에서 기쁨의 발성이기도 하고 남몰래
해산하는 경우 신음마저 죽이어 혼자 생사의 분계선을 헤매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축복을 받는
 아픔이냐, 원망을 짊어진 아픔이냐, 에 따라 그 발하는 아픔의 고통의 소리가 다를 것입니다.

이필영님의 댓글

no_profile 이필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여인들 그래서 어머니가 되면 강해지나 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게 지내시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김성회님의 댓글

김성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고통이 깊고 깊을수록
그 사랑하는 맘도 배가 된다지요?
남자라 행복한지 불행인지 잘 모르지만
여자란 이유로.....
어머님이란 이유로..
너무도 아름다운 고통의 단상에 머물며
효도하고 싶습니다.
시인님의 글밭은 알곡들로 가득합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왜,  하나님은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을  주셨는지...
차라리  대신  낳고 싶은 것이  해산을  바라보는  남자의  마음이지요.
그러나  忍苦의  수고가  평생을 지켜 나갈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요.
좋은  글에  머물러  갑니다.  이월란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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