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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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월란
가붓한 입술보다 무거운 말도 말없이 하는 건 손이더라
지난 날의 슬픔, 형체 없이도 만져지고
가슴을 맴도는 허황의 말들, 열개의 지문으로 더 선명히 찍혀지더라
냉정의 섬뜩함도 열정의 뜨거움도 손끝에 달려 있어
점자책을 더듬는 청맹과니의 손끝처럼 미세한 떨림으로
마음의 창을 묵언의 수행처럼 닦아내고 있더라
마주한 고통의 낯선 얼굴마저도 때론 손끝에서 만져져
지친 가슴의 차양 아래 희원 밝힌 연등을 들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손을 잡고 가야 하더라
그렇게 철 없이 잡은 손 흔들며 가다가
붙든 손 허망히 놓치더라도
하회를 기다리는 낭속의 엎드림으로
꺾어진 무릎 위에라도 홀로 두 손 모으고
가야 하는 길 위에 우리가 서 있더라
밤새 소리 없이 내려 쌓인 기억의 폭설 위로도
사랑은 그렇게 턱밑의 손끝에서 오고야 말더라
발은 떠나도 손은 떠나지 못해
또 하나의 가슴은 손끝에 달려 있더라
가파른 길, 뒤에서 밀어주는 손끝에서
어두운 길, 앞에서 잡아주는 손끝에서
새벽별 맞이하는 소설(素雪)의 신밀한 섬화처럼
그렇게 쌓여, 눈 앞에서 알알이 맺혀 오더라
가슴은 때로 너무 멀어
차라리 사랑은 손끝에서 먼저 오더라
2007.9.5
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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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대하여 멋지고 고귀하게 표현하신
훌륭한글 잠시머물다 갑니다...감사합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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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눈이지요.... 손도 멀먼 눈도, 마음도 모두 멀어지겠지요...
가슴에 새기고 갑니다....
이선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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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손끝에서 먼저 오더라
좋습니다 짙은가을날처럼.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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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만져지는 일상의 모습들이 펼쳐져 다가오고 있습니다.
손끝이 먼저 다가간 부분을 기억해 봅니다. `손끝` 잘 감상하였습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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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끝으로 모두 다 일궜다~
어느 어르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손끝~ 생각하게 합니다
아름다운 가을 맞이하십시오^^
이광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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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 문우님 안녕하세요 손끝을 몇번 읽어도 글좋아 가슴에달고
감니다 건필하시고 행복하세요
김성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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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행하는 손끝...
가슴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겠지요.
고운 시상입니다.
사랑어린 손끝을 느낄 수 있는 가을 맞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