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김칫독을 씻으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361회 작성일 2008-06-04 14:20

본문

김칫독을 씻으며


                                                        이 월란



김치 다섯 포기가 들어 있던 항아리를 비웠다
두 손으로도 겨우 들었던 것을 한 손으로 휘휘 돌리며
피딱지처럼 말라 붙은 양념들을 말끔히 씻어 내었다
투명한 유리 항아리가 거대한 보석같다
씻겨진다는 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가벼워진다는 건 다 내려 놓았다는 것이고
비워진다는 건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투명한 것을 씻을 때마다 묘한 희열을 맛본다
마지막 헹굼 단계에선 필요이상으로 속도가 느려진다
하찮은 노력으로 무엇인가가 맑아지고 투명해진다는 건
신선한 기쁨이다
밤이 지나고 아침을 맞은 사량(思量) 없는 얼굴에
번개같은 빛이 여기저기서 뛰어 들어온다
감금되어 있던 비릿한 넋이 소통을 시작하고
원시의 체온을 되찾아 완벽한 조율이 끝났다
험로를 헤치고 달려와 마침내 정박한 배의 맑은 창 같다
모노톤으로 만발한 유리꽃 사이로 운신하는 공기알
물꽃 세례를 받은 허공이 날을 세워 독안으로 들어온다
무엇이라도 베겠다, 무엇이라도 삼키겠다
비우고도 충만해지는 세공된 허공의 모순
기억의 생가를 허물고
응축된 生의 즙액이 만장 아래 흩어지는 날
매콤히 눈물지었던, 새콤히 가슴 시렸던 나의 몸도
씻겨지고, 비워지고, 가벼워 지는 날, 이리 투명해질까
다 비워내고도 충만해져 이리 눈부셔올까
서로를 다 파먹고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어
삭발한 고요 아래 적막히 앉아
극한의 가슴도 빈독처럼
무루(無漏)의 향기로 마저 여물까

                                                    2008-06-03
 

* 손근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05 13:21)
* 손근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05 13:22)
추천1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주부 일의 하나로, 김칫독을 씻으며 인생의 깊은 묘미마저 깨우쳤습니다.
마지막엔 무루의 경지마저 통하시니, 이윽고 속세의 고뇌는 다 없어진 듯 합니다.
항상 깊은 뜻으로 가슴에 와닿는 글들, 잘 뵙고 있습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460건 7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220
치병(治病) 댓글+ 1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1 2007-02-13 1
219
손끝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6 2007-09-06 1
218
카시오페이아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6 2008-07-25 1
217
1시간 50분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6 2008-09-09 1
216
환승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6 2008-10-18 1
21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9 2007-03-03 1
214
바람의 길 3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0 2007-09-07 1
213
둥둥 북소리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9 2008-06-16 1
212
실종 2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6 2008-07-26 1
211
심문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0 2008-10-19 1
210
침략자 댓글+ 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8 2007-04-24 1
209
그리움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4 2007-06-28 1
208
수신확인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2 2008-06-16 1
20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1 2007-03-05 1
206
망부석 댓글+ 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9 2007-04-09 1
205
어느 시인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1 2007-07-17 1
204
밤비행기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3 2008-08-25 1
203
그리워라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0 2007-06-01 1
202
바람의 길 2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4 2007-08-08 1
201
꽃처럼 2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2 2007-04-27 1
200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1 2007-08-09 1
199
모하비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3 2008-08-27 1
198
어떤 진단서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2007-07-02 1
197
가시목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3 2007-08-10 1
196
홍엽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1 2007-09-16 1
195
꽃물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6 2007-10-25 1
열람중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2 2008-06-04 1
193
야경(夜景)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8 2007-02-02 1
19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2 2007-09-17 1
191
Korean Times of Utah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3 2007-10-07 1
190
귀로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2 2007-10-28 1
18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9 2008-06-05 1
188
사명(使命)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9 2007-02-23 1
187
행복한 무기수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3 2007-08-13 1
186
천(千)의 문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6 2007-09-18 1
18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8 2008-08-06 1
18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9 2008-09-01 1
183
당신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2007-02-24 1
182
그 여자 댓글+ 1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 2007-09-19 1
181
단풍 댓글+ 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8 2007-10-09 1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