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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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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209회 작성일 2014-07-01 10:02

본문

 
환승역
 
이 순 섭

 
살아가는 날이 많은 날

막힘없이 나오지 않는 말로

마음에 상처 받아 갈 곳 몰라 하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

더덕 냄새 풍기고

천 원만 주세요. 가락시장 못단 판 과일 냄새

되풀이하는 할머니 앉아있는

잠실역 지하철 8호선 모란행 환승역으로 가보시라

그곳에 동그란 안경 낀 채

여러 자루 볼펜 들고

빛바랜 광고지에 뭔가를 쓰고 있는 이 있으니

그저 힐끗 쳐다보고 가시라

한 번 떠난 열차 타고 돌아오지 않는 자식

빛바랜 가슴에 품고 정신 줄 놓아

머리에 칭칭 동여맨 길고도 긴 끝이 없는 길

손가락이 쉿 입술에 가 닿고 조용히 손짓하며

말없는 조용한 안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라

이어지는 갈 길 없어 내려놓는 발걸음

하늘을 통하여 땅과 함께 환승역 안에서

살아가는 마음 휘젓고 다니는 이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

그대들 누운 베개 머리 높아 잠 못 이루었다면

높은 산에 올라 강을 보지 말고 바다를 보시라

받지 않는 인터넷 연결 전화 애타게 걸지 말고

머리에 손을 올려 거울을 쳐다보시라

있지 않는 거울이 있거든 서울에서 가장 긴 환승역 찾아

면도날 보이지 않는 손에 잘려 나가는 안주머니

날카로운 선에 이어진 말 없음 진한 침으로 삼켜

더덕의 향기를 마셔라

오늘 따라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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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에 있어 누구나 전환점이 있는 법
힘든 인연에 의한 환승, 그 기로에서 정신줄 놓으며 다음행 인생열차를 기다리는 이들
환승역에서 견디기 어려운 인생의 행로가 아닌 이제 편히 쉴수있는 곳의 환승역이기를 기대하면서
손 불끈 쥐고 허리띠 꽉 매어 정신차려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no_profile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역이 있다는
그 자체가 희망입니다 더덕의 향기처럼
삶에 있었서 역경이 없다면 발전이 없어지는 것이겠지요
땅속 깊이 뿌리 내려 살아도 자신을 들어나게 하는
더덕향처럼 맑고 은은한 향기가 베어 나올수있는
그러한 환승역이 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 잎에 머물다 갑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면도날 보이지 않는 손에 잘려 나가는 안주머니.....
날카로운 선에 이어진 말 없음 진한 침으로 삼켜.....

긴장하듯 선명하며
때로 서늘하게 가슴에 닿는 싯구들이
참 좋습니다.

귀한 시
많이 쓰시길 기원 드립니다.

눈으로 호강하고 쉬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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