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을 열어라, 동대문은 닫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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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413회 작성일 2014-09-01 11:03본문
남대문을 열어라, 동대문은 닫혀있다
이 순 섭
여름철 있는 그대로의 파인애플은 잘 팔리지 않는다.
남대문 시장에 가면 그것도 차도면 도로에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여러 등분되어 하얀 막대기에 꽂혀 얼음 위에
나란히 줄지어 눕혀 놓은 파인애플은 잘도 팔린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유리판 안에 갇힌 크거나 작거나
시계 시침· 분침· 초침은 잘도 움직여
일순간 겹쳤다 헤어져 잘도 움직인다.
벽에 걸린 벽시계 비스듬히 걸려 있다.
벽도 기울여 보이지만 가로 창가 벽지 붙어있는 종이
기웃하게 붙어 있어도 문은 똑바로인 채 서있다.
장마전선은 위 아래로 옮겨 다니지만 옆으로 이동은 안 한다.
세월 따라 시간이 좀 먹는 하루의 시작
할 말 다했는지 못한 것인지 주춤하는 몸짓
장마전선은 남쪽 바다로 내려갔다.
동대문시장에는 열려 있는 동대문이 없다.
운동화 많은 가게 주변 운동장은 사라지고
다가와 상표 붙은 신발 찾는 아주머니는 없다.
찾아가지 않아도 사라진 함성의 끝자락
말라비틀어진 구토한 국수다발
비둘기는 내려와 쪼아 먹고 있다.
남대문은 화재가 났지만 동대문은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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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火의 기운을 막고자 세운 남대문과
물질의 다양과 화려함으로 꽃 피우는 남대문 시장..!
禮를 중시하는 숭례문崇禮門(남대문)의 기운을 넘어선
물욕이 뻗어나고 있나 봅니다 반면 興仁之門(동대문)의 仁을 중시하는
적절한 조화가 요구되는 시대임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서울 도심 주변 오행에 의거한 사대문 설립의 의미를 떠올려 봅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나라 국보 제 1호 인 남대문:火의 기운이며 여름인 계절
보물 제 1호인 동대문:木의 기운이며 봄의 계절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 제 1호,
역사적 의미를 제쳐두고 얼음위에
누워 팔리고 있는 파인애플처럼
상가들과 먹자 골목들로 가득차 있는 역사의
뒤안길이 쓸쓸히 보여질때가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 앞에 머물다 갑니다
라동수님의 댓글
라동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에 정상적인것들이 얼마나 있을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세태에 찌들어가는 요즘은 더욱 꼴볼견이 많으니까요
이 시인님!
올 추석 가족과 함께 잘 보내시고 북한강 문학제에서 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