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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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501회 작성일 2007-11-20 12:23본문
길가 우체통 주변에 나뭇잎 편지지
옆서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날씨가 맑은 휴일
지인들이 계곡으로 가잔다.
오랜만에 아주 천천히 병든 소처럼 느린 걸음을 걷는다.
바쁘게 가는 길은 돌 뿌리에 채이기 마련이지만
무념의 일탈로 생각 없이 걷는 길은 얼마나 좋은지……
벚나무, 정향나무들과 눈맞춤하고
개나리, 갈대 숲을 지난다.
이렇게 느긋한 걸음을 걸어 본 적이 언제였나?
계곡엔 낙엽들이 쌓여 있다.
찬찬히 보는 물속은 또 다른 가을 숲이다
낙엽들은 떠내려 가다가 바윗돌 근처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자리를 잡고
낙엽들을 의지하고 사는 물 밑에는
날도래, 장구애비 같은 수서 곤충들이
가만가만 움직이며 저희들끼리 모여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비록 수명을 다한 한 잎의 삶이지만
이렇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구나
사람 사는 세상도 그랬으면 좋겠다.
서로 모여 있으면 따뜻하고 아름답듯이
그리운 사람들끼리 모여 살다가
명을 다 한 그 다음 생에서라도
누군가의 울타리가 될 수 있다면……
누군가가 추억 속에 낙엽처럼 기억 해 준다면……
안개꽃이 아름다운 건
서로 모여 있기 때문이라지 않던가?
가을 숲에서 배운다.
먼저 꽃 피우려 서둘지도 않으며
더 많은 열매를 맺으려 욕심 부리지도 않는……
때가 되면 조용히 제 살던 나뭇가지에서
소리 없이 내려와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바라는 것 없으니 그리울 것도 없고
욕망이 없으니 원한도 없을 터……
내 남은 생도 그리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 단풍처럼 황혼 빛깔로 물들기 시작 하지만..
비록 군데군데 욕심이나 갈망으로 벌레 먹은
상한 나뭇잎 한 장 일지언정……
<07 . 11월 >
댓글목록
김영숙님의 댓글
김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늘 가을숲처럼 닮아가려는 마음이 더 귀합니다. 귀한글 담아갑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가을의 아름다움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맑은 서정으로
귀한 글에 마음 쏟아 봅니다.
오랬만에 뵙습니다.ㅎㅎㅎ
건안 하시지요.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주 투명한 서사입니다.
가을 숲에서 문우님과 같이
작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심안이라도 남아있는지
슬쩍 자문해본답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진 속 가을 숲속으로 걸어 올라갑니다. 언제 가 보았던가 그 솦 속을, 메마른 가슴에 어려움만
더해오는 시어의 몸부림에 자연은 미소 짓고 있습니다. 언젠가 소통할지 모르는 자연의 바람에 이 몸 싣고
떠나가고 있습니다. `가을 숲에서 배운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의식님의 댓글
신의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 숲에서 배운다.
먼저 꽃 피우려 서둘지도 않으며
더 많은 열매를 맺으려 욕심 부리지도 않는……>
사람은
그냥
자연의 한 부분일 뿐이다.
오영근 시인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여하시지요?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 합니다...시인님들 모두 잘들 계시지요?..
저는 그럭저럭...
이제 완연한 겨울 인 듯 합니다.
큰 문운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영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