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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발뒤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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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2,307회 작성일 2007-06-11 17:26

본문

어머니 자궁 羊水 터지는 날
그 아이는 가엾게도 태어났다.
사북 탄광에서 水脈이 터지는 날
그 아이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비탈길 내려오는 죽음의 도시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더운 바람
휘몰아 산허리 감싸고 빠져나간다.
걸어가야 갈 길에 걸어가지 못하는
두 다리의 힘없는 축 쳐진 신발
눈 감겨와 손으로 비비고 눈 떠 보지만
보이는 세상 한없는 풀 한 포기 없는 들판
모래알 발바닥에 스치는 소리 허공에 맴돌아
어머니 얼굴 묻은 나무 둥지에 숨어든다.
다시 찾아도 물기 하나 없는 산 비탈길
아버지 보고픈 두 눈에 맺힌
찬 이슬 방울 떨어져
벗어 놓으신 어머니 버선 속으로 굴러들어
거북 등처럼 갈라진 발뒤꿈치 사방에 퍼져
물줄기 이루고 흘러간다.
만져 도 만져 도 따스하고 둥글기만 한
어머니 발뒤꿈치
어린아이 커서 성인돼 출근하는 구두 닦아
가는 방향에 놓인 구두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어머니 가벼운 발뒤꿈치
우리의 땅 속에 누르고 눌러 퇴적한 이름모를 식물
오랜 세월 걸쳐 설움에 분해하고 炭化한
不燃性아닌 可燃性 암석
세로가 아닌 가로로 공기구멍 난 연탄 만들어
아버지 올라가신 탄광 언덕길에 굴려
아버지 토하신 한숨
검은 땅에 퍼지지 않는 검지 않은 하늘로 올려 보낸다.
어머니 발뒤꿈치 여러 갈래 갈라져 생긴 끝이 없는 길
석탄가루 섞인 검정 물 흘러 어머니 화장품 쌓여있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흘러든다.
어머니 가신 날 파운데이션 냄새
짙게 풍기는 플라스틱 바구니
긴 쓰레기 통로에 생긴 문에 떨어뜨리면
밑에서 울려오는 소리
어머니 잠 드셨던 작은방에 되돌아오지만
세로로 구멍 난 연탄 재래식 부엌에 차곡차곡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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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처로운 회상이 잠겨 있군요.
각화된 어머님의 피부는 그 어느 가죽보다 두터웠을 것입니다.
아버지도 석탄 속에 넋이 묻혀 석탄 연기 오를 때마다 아버님의
한으로 보일 것입니다. 두 손 모아 서북 하늘을 우러러 명복을 빌고 있습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칠어진 어머니의 발뒤꿈치에서 어머니의 일생을 드려다 봅니다. 석탄가루로 얼룩진 삶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드려다 봅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 자궁 羊水 터지는 날
그 아이는 가엾게도 태어났다.
누구나 겪어야 할 운명 같아요
하루하루 생활의 힘겨움
지난날 우리들의 생활 이였지요
좋은하루 되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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