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는 태엽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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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828회 작성일 2019-08-30 06:49본문
나이테는 태엽을 감는다
조소영
1
푸릉푸릉 둥지를 차고
마법에 걸린 아기 새들의 자맥질 따라
천 마리의 공작새 자귀나무 꽃길로 들어서면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산사나무 물푸레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다람쥐의 봄이 따뜻하다
왕벚나무에 둥지 튼 오색딱따구리
모감주나무꽃은 손톱에 남은 봉숭아물 같고
때죽나무 산딸나무 씨앗 먹는 산새들
덤불 속 꿩 한마리 푸드덕
흰 꽃 진 자리 푸릇한 층층나무 열매
바위틈 사이 주근깨 참나리꽃
말괄량이 삐삐처럼 자랐다
2
그곳에도 계절의 시계는 어느덧 여름을 가리키고
코끼리 같이 덩치 큰 가뭄에 숨이 막히고
그러다 맞는 장마는 엄마의 마음처럼
간절하게 가뭄을 해갈하고
심폐 깊숙이 목을 축여
그늘을 만들어 주는 고마운 나무들이 있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 아래로 긴 검을 찬 듯
이끼 계곡 그곳에 별똥별 초아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
3
별과 달이 진 자리에 침묵으로 키운 무성한 나무들
비집고 드리운 햇살은 설 익은 가을 호박 같고
풀벌레 지나간 자리에 돋아난 나뭇가지
장승처럼 서서 새잎 지붕을 지키는 옹이 장군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번개의 바람 속에서도
나이테는 태엽을 감는다
햇빛을 불러 모은 나뭇잎들 짙은 녹음을 기록하고
뙤약볕에 지쳐 하나둘 보금자리를 떠날 때
배고픈 누군가에게 떼어 주고 남은
구멍에서조차 숲은 보였다
4
가을 뒤로 톱날 같은 일상의 나뭇잎
시인이 쓰다 버린 구겨진 원고지처럼
소슬바람에 뒹굴고
얼마 안 남은 음표의 나뭇잎
얼기설기 나뭇가지 그림자 북채를 치고
숨 죽여 흐느끼는 은빛 억새 현을 건드리니
갈바람 소리 낙엽의 박수 소리 볼륨 높여
앙코르가 되어 돌아왔다
덮은 눈 스스로 비워내는 나뭇가지의 용기와
겨울이 행짜 부려 발이 고립되더라도
묵묵한 외침은 고요히 봄을 맞아 잎을 틔우니
둥지에 모인 아기 새들
물가에 나가 해이고 허리 굽어 밥 차리는
어미 새를 본다
간격을 두고 머리를 맞댄 나무들
서로를 부둥켜 보듬는 뿌리들
흙과 바위 그리고 날개 접은 생명들 가운데
낙엽들이 날고
예쁜 악기가 되었던 들풀마저 쉼에 들어간
부엉 부엉새 우는 밤,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고요히 무늬를 새긴다
지칠 때 찾아가는 아버지의 숲,
사람을 닮은 나무들과 깊은 호흡은
이 밤 내 영혼에 오감을 깨운다
조소영
1
푸릉푸릉 둥지를 차고
마법에 걸린 아기 새들의 자맥질 따라
천 마리의 공작새 자귀나무 꽃길로 들어서면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산사나무 물푸레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다람쥐의 봄이 따뜻하다
왕벚나무에 둥지 튼 오색딱따구리
모감주나무꽃은 손톱에 남은 봉숭아물 같고
때죽나무 산딸나무 씨앗 먹는 산새들
덤불 속 꿩 한마리 푸드덕
흰 꽃 진 자리 푸릇한 층층나무 열매
바위틈 사이 주근깨 참나리꽃
말괄량이 삐삐처럼 자랐다
2
그곳에도 계절의 시계는 어느덧 여름을 가리키고
코끼리 같이 덩치 큰 가뭄에 숨이 막히고
그러다 맞는 장마는 엄마의 마음처럼
간절하게 가뭄을 해갈하고
심폐 깊숙이 목을 축여
그늘을 만들어 주는 고마운 나무들이 있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 아래로 긴 검을 찬 듯
이끼 계곡 그곳에 별똥별 초아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
3
별과 달이 진 자리에 침묵으로 키운 무성한 나무들
비집고 드리운 햇살은 설 익은 가을 호박 같고
풀벌레 지나간 자리에 돋아난 나뭇가지
장승처럼 서서 새잎 지붕을 지키는 옹이 장군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번개의 바람 속에서도
나이테는 태엽을 감는다
햇빛을 불러 모은 나뭇잎들 짙은 녹음을 기록하고
뙤약볕에 지쳐 하나둘 보금자리를 떠날 때
배고픈 누군가에게 떼어 주고 남은
구멍에서조차 숲은 보였다
4
가을 뒤로 톱날 같은 일상의 나뭇잎
시인이 쓰다 버린 구겨진 원고지처럼
소슬바람에 뒹굴고
얼마 안 남은 음표의 나뭇잎
얼기설기 나뭇가지 그림자 북채를 치고
숨 죽여 흐느끼는 은빛 억새 현을 건드리니
갈바람 소리 낙엽의 박수 소리 볼륨 높여
앙코르가 되어 돌아왔다
덮은 눈 스스로 비워내는 나뭇가지의 용기와
겨울이 행짜 부려 발이 고립되더라도
묵묵한 외침은 고요히 봄을 맞아 잎을 틔우니
둥지에 모인 아기 새들
물가에 나가 해이고 허리 굽어 밥 차리는
어미 새를 본다
간격을 두고 머리를 맞댄 나무들
서로를 부둥켜 보듬는 뿌리들
흙과 바위 그리고 날개 접은 생명들 가운데
낙엽들이 날고
예쁜 악기가 되었던 들풀마저 쉼에 들어간
부엉 부엉새 우는 밤,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고요히 무늬를 새긴다
지칠 때 찾아가는 아버지의 숲,
사람을 닮은 나무들과 깊은 호흡은
이 밤 내 영혼에 오감을 깨운다
추천6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숲의 사계를 그린 55행의 긴 시, 대단하시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소영님의 댓글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윤호 시인님 벌써 일주일 지나
주말 아침
그 덥던 지루한 여름지나서
가을을 맞습니다
댓글에서 제가 모르던 것을 알았습니다
따뜻한 관심에 참으로 감사드리며
이 가을 좋은 일로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