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물(無情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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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월란
오늘 하루쯤 정물이 되어 보기로 하네
쇠털 같은 날들 한 가닥쯤 뽑아 허비해 버리고 싶다네
째깍째깍 세월은 정물이 된 나도 잘도 싣고 가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도 깜짝치 않고 치기를 부리는 내게도
세월의 붓촉은 어김없이, 친절히도 흔적을 남겨놓을 것이네
세세히 주름을 새겨넣을 것이며 살갗을 잡아당겨 늘여놓을 것이네
명주실같은 머리털의 윤기도 한번쯤 핥아내어 줄 것이며
손톱 곪는 줄은 알아도 염통 곪는 줄은 모르는 나의
탱탱한 오장육부마저 한번 쥐었다 놓고 갈 것이네
정물로 앉아 있어도 머리칼에, 손톱에, 발톱에
후박한 빚장이가 떨구고 간 이자처럼 달아놓고 갈
세월자욱이 콕콕 눈을 찔러 올 것이네
온몸에 쥐가 돋아 이제 세월을 자르러 가네
머리칼을 잘라내고 손톱을 잘라내고 발톱을 잘라내어도
잘래미 이잡아 먹듯 어김없는 오토의 세월이
홰에서 떨어진 새처럼 떨어뜨리고 간 유치(乳齒) 하나
뽑아내지도, 잘라내지도 못해
알짝지근 쑤셔대며 가슴밭에 박혀 있기도 할 것이네
2007.4.26
댓글목록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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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한 빚장이가 떨구고 간 이자처럼 달아놓고 갈
세월자욱이 콕콕 눈을 찔러 올 것이네
세월이 앗아간 자욱들은 너무 너무 크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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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 무정물에 시향에취하여 있다가
세월의자욱이 .....
감사합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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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 시인님이 쓰신 무정물 7행 `명주실같은 머리털의 윤기도 한번쯤 핥아내어 줄 것이며` 을 읽고 저의 글에서 오타를 발견하고 `할ㄷ고`를 `핥고`로 수정하였습니다. 무정물의 세계에서 정물의 세계에 들렸다 무정물의 세상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2007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詩 당선작 정재영 시인님의 (지방지 신춘문예 2관왕. 부산일보에도 당선) `몸의 저울눈` 을 소개해 드립니다.
푸줏간 주인이 고기 한 칼 썩썩 썰어
척, 저울에 올리자 바늘이 바르르 떤다.
그의 손대중이 저울눈 하나를 겨냥해
잠시 그 경계를 넘나들다가 딱 그 눈금에서 멎는다.
얼마나 칼질을 해댔으면······
칼 쥔 손에 저울눈 하나가 직감처럼 꽂힐 때까지
마음의 저울추가 수도 없이 진자운동을 거듭했으리라
모자라서 보태고, 넘쳐서 셀 수도 없었으리라
내 몸에 던져지는 생의 부하를 짚어내면서
내 안에서도 저 저울처럼 바늘 하나가 수도 없이 흔들렸다.
모자람과 넘친 사이에서 흔들림이 계속되고 있다.
살코기 한 덩이에 요동치는 저울처럼 내 몸도
등짐이라도 끙, 지고 일어설 때면 바르르 떨던 것이다.
나는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가늠하며
저 푸줏간의 저울처럼 참 많이도 흔들리며 살아온다.
저울은 이제 평정을 되찾았다.
생의 무게를 내려놓고서야
꺾인 허리 반듯이 펴지던 어머니처럼
심사위원= 도종환
김옥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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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 가끔 쉬면서
고운 노래 부르며 즐겁게 걸어간다면 좋은 날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을 빌겠습니다
이선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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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밭에 박혀 있는 것은 뽑아 버리고 세월의 자욱만 싣고 가시길를...
오월에도 좋은 시심 전해주시고 사월 남은 하루 행복하게 보내십시요.
朴明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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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 무정물
언젠가는 무정물로 가야 하는데~~
정물일때가 너무 아름답지요
즐거움 가득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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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 한 봄바람에 혼신을 실어 가고 싶은
나라가 있지요.
나를 잊을 수 있는 곳,
비워도 비워도 차오르는 화수분 같은 세월의 분출수 를 감당키가 어렵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