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수저 / 햇살 무작한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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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689회 작성일 2007-07-14 13:59본문
날개 달린 수저
이 월란
숟가락이나 젓가락이 하나씩 없어진다. 서랍을 뒤져도, 싱크대 아래를 뒤져도 없다. 오븐 옆 틈새에 빠져 있는 젓가락 하나를 보았다. 나머진 어디로 가버렸을까. 1년에 두 세 개쯤 없어지니 오늘 내일 표가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남은 것들로도 한 몇 년은 거뜬히 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 그 실한 것들이, 그 가볍지 않은 것들이 날개도 없이 잘도 사라진다. 슬며시, 슬며시 좀 먹는 우리네 생명줄처럼
햇살 무작한 날엔
이 월란
화씨 107도, 섭씨 41도
햇살 무작한 날엔
내 마음 간단히 도려내어 말리고 싶다
살균하고 싶다
36.5도의 어중간한 체온 속에
여유 없이 버성긴 잔살이들
해 아래 습한 바이러스들
비집고 둥지 튼 파리변물들
모조리 검색하여 소독해 버리고 싶다
엑스선보다도 긴 파장 아래
가시광선보다 짧은 넘보라살 사이로
행여 물기라도 걷어내어지면
오존의 푸른빛으로 물들여지면
눅눅한 마음도 보송보송 넉넉해질까
백토같이 표백된 마른 빨래처럼
손 다림질 정성들여 개켜 넣어질까
2007.7.13
이 월란
숟가락이나 젓가락이 하나씩 없어진다. 서랍을 뒤져도, 싱크대 아래를 뒤져도 없다. 오븐 옆 틈새에 빠져 있는 젓가락 하나를 보았다. 나머진 어디로 가버렸을까. 1년에 두 세 개쯤 없어지니 오늘 내일 표가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남은 것들로도 한 몇 년은 거뜬히 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 그 실한 것들이, 그 가볍지 않은 것들이 날개도 없이 잘도 사라진다. 슬며시, 슬며시 좀 먹는 우리네 생명줄처럼
햇살 무작한 날엔
이 월란
화씨 107도, 섭씨 41도
햇살 무작한 날엔
내 마음 간단히 도려내어 말리고 싶다
살균하고 싶다
36.5도의 어중간한 체온 속에
여유 없이 버성긴 잔살이들
해 아래 습한 바이러스들
비집고 둥지 튼 파리변물들
모조리 검색하여 소독해 버리고 싶다
엑스선보다도 긴 파장 아래
가시광선보다 짧은 넘보라살 사이로
행여 물기라도 걷어내어지면
오존의 푸른빛으로 물들여지면
눅눅한 마음도 보송보송 넉넉해질까
백토같이 표백된 마른 빨래처럼
손 다림질 정성들여 개켜 넣어질까
2007.7.13
추천5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신글 뵙습니다
즐겁고 유익한 주말맞으세요
이곳은 태풍전야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태풍 4호가 구주에 상륙
일로 오사카로 내 닫치나,
누리 만물의 영장인데 못 막고
배가 멈추고 날게 틀도 못 나른다네요.
우리 집 싱크대도 살피어 빠진 젓가락 찾아보렵니다.ㅎㅎㅎ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우리집의 날개 달린 수저들은 어디 가서 찾나요?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ㅎㅎㅎ~~~ ^^*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개 달린 수저 날개 접고 식탁에 놓여 집니다.
햇살 가득한 날 마당가에 앉아 소꼽놀이 하는 아이들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즐겁고 유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개달린 국자는
어디가서 찾나요?
설탕녹여 소다넣고
쪽자(부산에서만 쓰는말인지?)
참 많이도 해먹고 혼도 많이 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