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生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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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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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갈 시간, 대장간 옆 방앗간

쇠 두드리는 소리 따라 퍼지는 참기름 향기

누구나 몸속에 잠든 소리와 향기 빠져나간 자리

기다렸다는 듯 눈으로 보기에 지저분한

손가락 끝 자국, 바람과 함께 몰아붙인

비 · 눈 · 먼지 흔적 지우려 구긴 신문지로 닦기 전

붉은 원 귀퉁이 떨어져 나간

귀하지만 보통하는 말

빨간 바탕 하얀 굵은 글씨 두꺼운 얼굴 모양 스티커

손으로 조심스럽게 때내 남은 자국

가느다란 칼날로 긁어낸 후

구겨진 신문지로 말끔히 지나간 자리

정전기 손끝마다 닿을 때

발생하는 작은 공간, 하늘 아래 품은 따뜻한 마음

그대 떠난 나는 갈 테야

머리 위 지붕 위로

계단 따라 화장실로 가는 발자국 소리 묻힌

하얗게 쌓인 솜이불 걷어낸 마당

세상은 아무리 인간이 험하게 만들어내도

세상은 세상인 것

머리 위 계단으로 모르는 사람들 오르내려

배설해 얼마만큼 가벼워지는 사람 떠나가는 곳

과거에 나도 계단 오르내렸다

정지한 순간에도 갈아 숨 쉬는 곳

바라보는 눈 따른 마음, 변함없이 움직이는 몸

밖에서만 이루어지는 뜨거운 生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