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보석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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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월란
내가 시집을 오고, 교과서 속의 나라로 국적을 바꾸고
Kim 이라는 라스트네임이 정자로 박힌 하얀 우체통에서
처음 꺼내어 든 편지
그 때까지 아버지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
군대도 가지 않은 여식이니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내가 보내드린 편지에서 초록 잔디가 깔린 깨끗한 골목의 풍경들을
말씀하시며 약간 흘림체로 또박또박 써내려가신 그 휘필은
올백으로 넘기신 당신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질까
늘 회색빛 빵모자를 쓰고 누우시던 그 분의 얼굴을
돋보기 너머로 예리하게 쏘아보시던 그 엄한 눈빛을
초등 때 변비 때문에 집으로 뛰어갔을 때 장부정리를 하시다가
현관 문 안쪽에 신문지를 깔아놓으시고 나의 엉덩짝을 꼭꼭
눌러주시던 그 모습까지 하나하나 불러들여
제대로 읽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몇 십번, 몇 백번을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서 꺼내고
처음처럼 다시 읽어보고,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 넣어
지금은 저 벽장 박스 속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보석상자
마음이 허해질 때마다 눈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가슴이 허해질 때마다 가슴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19년 전의 편지
이젠 가서 꺼내어 보지 않아도 가슴엔 늘 편지가 온다
18년 전에 가신 그 분에게서 난 오늘도 첫 편지를 받는다
2007.7.8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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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소중한 보물이 들어 있었네요.
이월란 시인님의 필력이 그 보물의 힘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ㅎㅎ
보물을 지킬 줄 아는 시인님의 안목 또한 대단한 것 이지요.
늘 그렇게 반짝이는 보석이 되소서..
이월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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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온 시인님... 편안하시지요?
늘 격려의 말씀과 ㅎㅎ 웃음소리 잊지 않으시는 따뜻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여기도 무더위가 한창이랍니다. 섭씨 35도를 웃돌지요..
시원한 여름 보내시고 건강하십시오. 다시 뵈올 때까지 늘 행복하시며 건필하시길 빕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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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흠뻑베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도적이 훔처가지못하는 보물 !
이월란 시인님 행복 하시겠어요.
여름철 건강 조심하시고 건필 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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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시를 보기 전까지는 시인님의 아버님이
부산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네,
18년 전에 먼 나라로 가셨군요. 누구나 그렇습니다만,
이 세상에 계셨을 때 좀 더 뵙고 좀 더 효도를 해야 했었는데,
가시고 나니 마냥 그립고 송구스럽고 죄스럽게 느끼는 마음입니다.
효성 지긋하신 고운 글에 인자하셨든 아버님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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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그리워 하는 여식의 따스한 정이 물씬 풍겨옵니다. 날씨가 그곳 유타 보다 못하지만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여 무척 무덥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길 기원합니다.
임춘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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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실제 그리도 엄하시어 감히 무릎 부근엔 앉아 보지도 못했는데
가시고 나니...어찌 그리도 그리운지....그내음에 빠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