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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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2>
이 월란
손으로 어질러 놓은 것들은 마음먹은 날, 토란잎처럼 깔끔하게 갈무리 되더라
가슴이 어질러 놓은 것들은 아무리 마음 먹어도, 낚시줄에 걸린 해초처럼 더 옭히기만 하더라
하늘의 눈빛으로 태어나 막 비로 내린 것들이
우툴두툴한 모퉁이산을 돌고 돌고 에돌아, 멀쩡한 사람들의 토사물을 싣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데
얼마나 멀리 다녀오는걸까
얼마나 깊이 배어있다 오는걸까
얼마나 고요한 바닥에 가라앉았다 오는걸까
얼마나 외로운 섬들을 데리고 오는걸까
저리도 할 말이 쌓여 비명하며 오는 저것들아
전해주렴
그 그리운 것들을
그 서러운 것들을
그 덧없는 것들을
바다의 경전을 밤새 훑어온, 푸르게 핏발 선 눈두덩으로
노매(怒罵)한 바다의 말들을 죄다 토해 놓으렴
기억이 구르는 한 접어놓지 못할 심연의 아우성을
현기증 도는 부아통 남김없이 실어 오렴
벌건 대낮에 기어나온 저 미친 달아래
물거품으로 답하는 무정한 암벽아래 너마저 거품을 물고 스러지더라도
전해지지 않을, 오래 묵은 편지들을 말아쥐고 답신 없이 실신해버릴 내 몸 위로도
전해주고 가렴, 또다른 숨가쁜 사연은 또 저렇게 달려오는데
긁힌 두 팔 가득 가슴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움켜쥐고, 너마저 오열하며 복받쳐 오너라
푸르도록 푸르게
2007.8.23
* 편집부-ON-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8-26 16:31)
이 월란
손으로 어질러 놓은 것들은 마음먹은 날, 토란잎처럼 깔끔하게 갈무리 되더라
가슴이 어질러 놓은 것들은 아무리 마음 먹어도, 낚시줄에 걸린 해초처럼 더 옭히기만 하더라
하늘의 눈빛으로 태어나 막 비로 내린 것들이
우툴두툴한 모퉁이산을 돌고 돌고 에돌아, 멀쩡한 사람들의 토사물을 싣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데
얼마나 멀리 다녀오는걸까
얼마나 깊이 배어있다 오는걸까
얼마나 고요한 바닥에 가라앉았다 오는걸까
얼마나 외로운 섬들을 데리고 오는걸까
저리도 할 말이 쌓여 비명하며 오는 저것들아
전해주렴
그 그리운 것들을
그 서러운 것들을
그 덧없는 것들을
바다의 경전을 밤새 훑어온, 푸르게 핏발 선 눈두덩으로
노매(怒罵)한 바다의 말들을 죄다 토해 놓으렴
기억이 구르는 한 접어놓지 못할 심연의 아우성을
현기증 도는 부아통 남김없이 실어 오렴
벌건 대낮에 기어나온 저 미친 달아래
물거품으로 답하는 무정한 암벽아래 너마저 거품을 물고 스러지더라도
전해지지 않을, 오래 묵은 편지들을 말아쥐고 답신 없이 실신해버릴 내 몸 위로도
전해주고 가렴, 또다른 숨가쁜 사연은 또 저렇게 달려오는데
긁힌 두 팔 가득 가슴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움켜쥐고, 너마저 오열하며 복받쳐 오너라
푸르도록 푸르게
2007.8.23
* 편집부-ON-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8-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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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성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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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그 많은 사연을 미처 몰랐어요.
하기사, 몸부림에 아우성에 가슴에 멍까지 들었는데......
즐감합니다.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길...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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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과 그많은 사연들...
감사합니다,,,,,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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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월란 시인님의 詩想에 개벽이 일고 있습니다.
신들린듯, 풀어내는 언어의 유희가
현란합니다.
무르익는 솜씨가 마술사의 손짓 같아요.
계속, 정진 하시기를.....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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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리운 것들을>
<그 서러운 것들을>
<그 덧없는 것들을>
꼭 전해주겠지요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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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하염없이 몰려왔다 사라집니다. 파도에 몸 싣고 밀려온 곳 되돌아가는 세월에
한 점 구름이 보이지 않게 피었다 지고 있습니다.
파도야 말해주렴 너의 소리 없는 물음을?
`파도 <2>` 잘 감상하였습니다.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이월란시인님 언어의 마술사, 현란한 물결 파도의 소용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