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보석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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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568회 작성일 2007-07-09 13:53본문
이 월란
내가 시집을 오고, 교과서 속의 나라로 국적을 바꾸고
Kim 이라는 라스트네임이 정자로 박힌 하얀 우체통에서
처음 꺼내어 든 편지
그 때까지 아버지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
군대도 가지 않은 여식이니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내가 보내드린 편지에서 초록 잔디가 깔린 깨끗한 골목의 풍경들을
말씀하시며 약간 흘림체로 또박또박 써내려가신 그 휘필은
올백으로 넘기신 당신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질까
늘 회색빛 빵모자를 쓰고 누우시던 그 분의 얼굴을
돋보기 너머로 예리하게 쏘아보시던 그 엄한 눈빛을
초등 때 변비 때문에 집으로 뛰어갔을 때 장부정리를 하시다가
현관 문 안쪽에 신문지를 깔아놓으시고 나의 엉덩짝을 꼭꼭
눌러주시던 그 모습까지 하나하나 불러들여
제대로 읽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몇 십번, 몇 백번을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서 꺼내고
처음처럼 다시 읽어보고,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 넣어
지금은 저 벽장 박스 속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보석상자
마음이 허해질 때마다 눈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가슴이 허해질 때마다 가슴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19년 전의 편지
이젠 가서 꺼내어 보지 않아도 가슴엔 늘 편지가 온다
18년 전에 가신 그 분에게서 난 오늘도 첫 편지를 받는다
2007.7.8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으로 소중한 보물이 들어 있었네요.
이월란 시인님의 필력이 그 보물의 힘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ㅎㅎ
보물을 지킬 줄 아는 시인님의 안목 또한 대단한 것 이지요.
늘 그렇게 반짝이는 보석이 되소서..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온 시인님... 편안하시지요?
늘 격려의 말씀과 ㅎㅎ 웃음소리 잊지 않으시는 따뜻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여기도 무더위가 한창이랍니다. 섭씨 35도를 웃돌지요..
시원한 여름 보내시고 건강하십시오. 다시 뵈올 때까지 늘 행복하시며 건필하시길 빕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움이 흠뻑베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도적이 훔처가지못하는 보물 !
이월란 시인님 행복 하시겠어요.
여름철 건강 조심하시고 건필 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이 시를 보기 전까지는 시인님의 아버님이
부산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네,
18년 전에 먼 나라로 가셨군요. 누구나 그렇습니다만,
이 세상에 계셨을 때 좀 더 뵙고 좀 더 효도를 해야 했었는데,
가시고 나니 마냥 그립고 송구스럽고 죄스럽게 느끼는 마음입니다.
효성 지긋하신 고운 글에 인자하셨든 아버님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버님 그리워 하는 여식의 따스한 정이 물씬 풍겨옵니다. 날씨가 그곳 유타 보다 못하지만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여 무척 무덥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길 기원합니다.
임춘임님의 댓글
임춘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아계실제 그리도 엄하시어 감히 무릎 부근엔 앉아 보지도 못했는데
가시고 나니...어찌 그리도 그리운지....그내음에 빠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