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흑산도 손암巽庵정약전선생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903회 작성일 2010-06-04 16:30

본문

흑산도 손암巽庵정약전선생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素熙안효진 


 목포항을 서서히 출발하는 쾌속선. 점점 속도를 내며 후진으로 천천히 뱃머리를 트니, 햇빛 받은 수면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파고가 높지 않아 잔잔한 비늘 같은 물결, 맑고 화창한 햇살을 어루만지는 상쾌한 바람. 나지막한 섬들 사이로 폐선착장廢船着裝이 있는 그 끝에는 하얀 등대가 동화처럼 서 있다.
 해풍에 떠밀려가듯 요리조리 뱃길을 열어가는 쾌속선 앞에서도 편하게 자고 있는 공룡 섬. 몇 안 되는 민가와 정답게 인사라도 할라치면 숱 많은 해송海松이 나타나 검푸른 손 내밀고 바위산이 사라져 간다.
 아스라이 운무에 쌓인 비경의 도서들이 펼쳐져있는 에메랄드빛다도해.
 실제로 와서 보니 정말 실감난다.
 아마도 하늘의 별들이 섬으로 뿌려진 게 틀림없어. 
 하얀 물거품을 떼놓으려나? 쏜살같이 달아나는 배는 지치지도 않나보다.
 열어준 갑판에서 사진촬영을 하며 빙 둘러보는 사방은 마치 깡통 안에 차례로 들어가 앉는 병풍 같은 풍광이고. 갈수록 짙어지는 운무에 쌓이어 저 멀리 장난감처럼 보이는 배.
 아~! 그림이다, 그림. 
 마치 구름 속을 가듯,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이 안개 속을 나룻배에 몸을 싣고 갔던 선생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아담이 부르는 대로 이름이 되었다는데, 선생은 자산赭山어록을 만들어 세인에게 그 명성을 더한다. 옛사람들은 이런 곳이 있는 줄 어떻게 알아서 귀양을 보냈지…하고는 하하하 웃었다. 남편하고 동시에 말을 한 것이다.
 호, 망망대해로군. 
 신비로운 가두리.
 쾌속선으로 두 시간이면 가는 흑산도를 그때는 나룻배로 보름이나 걸려 들어갔단다.
 비바람 치고 파도가 일어도 숙식해결을 그 안에서 다 해야 하는, 앞날이 불확실한선비의 처지를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머리가 흔들어진다.
 언제나 당파싸움이 문제야.
 이런저런 사념의 파편들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어느덧 우렁찬 뱃고동소리 울리며 들어서는 선착장에 여유로운 갈매기가 우리를 반긴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의 친절한 도움으로 손암선생의 초당을 찾아 나섰다. 대로변에 차를 대주며 빨리 내려와야 한다는 기사의 소리를 뒤로하며 동네 어귀로 들어섰다.

 기대하며 찾아온 여행객은 변변한 안내 표지판 하나 찾을 수 없는 것을 보자 선생은 이리도 예우를 못 받는가 하여 야속하기만 하다.
 다만 노란 유채꽃만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낮은 돌담길을 간질이고, 낯선 이방인의 발걸음에 놀라 푸드덕 날아오르는 이름 모를 토향土鄕 새.
 반갑다~ 그리고 미안해! 
 나가는 배를 타려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몇 채 되지 않는 낡고 오래된 특유의 섬마을집들이 대부분인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을 거반 뛰다시피 하며갔다.
 가쁜 숨을 훅훅 몰아쉬며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자그마한 초가 대문이 앞을 가로 막는다.
 으음, 여기네.
 “정약전선생 초당” 이라는 이름표도 달지 못하고 적막하게, 누구라도 찾아와 주기만을 학수고대 기다린 것처럼, 허망한  초면 인사를 하게 될 줄이야…….
 아무튼 기쁜 마음으로 자산어보玆山魚譜의 산실이기도 한 집안으로 들어섰다.
 말 건네는 이 하나 없는 미니어처 같은 아담한 초당에 옛 선비는 온 간데없이 방문은 굳게 잠겨있고 자물쇠는 녹슬어 있다.
 뚫어진 창호지 틈새로 고혼孤魂이 전하는 귀양살이 들리는 듯 애달고, 마당 귀퉁이엔 보기드믄 하얀 민들레꽃 몇 송이가 넋이라도 되는 냥 곱게 피어있어 보는 마음이 울 멍울 멍하다. 
 툇마루에 올라가서 선생이 그랬을 것처럼 뒷짐을 지고 이리저리 서성거려 본다.
 저 아래로 바다가 앞마당 같이 펼쳐져있고 운치로운 섬은 손에 잡힐 만한데, 바닷가에는 바지춤 걷어붙인 선생이 맨발로 투박한 사람들과 함께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관찰하며 웃고 떠들고 활기에 찬 광경이 그려진다.
 한 눈에 들어오는 섬 마을은 옹기종기 다정하고, 순박한 이웃들이 드나들어 선생은 결코 외롭지만은 않았을성싶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곳은 산세山勢도 절경이고 풍월을 읊고 글 쓰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지만, 역시 강진에서 귀양 살고 있는 동생정약용 선생과도 묵향(墨香)으로나 그리움을 풀어내었을 부엉이 같은 삶. 지도에서 조차 미미한 나라, 동방의 존재가 세계에 알리어지는 중심에 있던 낙도(落島)에 유배되었던 것은 역사의 업보였을까 생각해 본다.
 초당집 앞으로는 파란 지붕의 아담한 성당이 세워져있는데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듯 하고, 잡초와 물이 고여 있는 마당에 성모상과 현관문위에는 베드로 조각상이 하늘아래 선명하게 빛난다. 역사의 현장사진을 몇 군데 찍고 서둘러 택시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홍어는 흑산도 홍어가 일품이라며 기사 지인이 홍어회를 대접하는데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분홍색살. 손암선생의 영향인지 훈훈한 인심의 동네는 이름도 진리마을이라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일주도로의 관광을 마친 후, 선창가에서 우럭 회를 맛나게 먹고 옆에 있는 자산문화원을 둘러보았다.
 영정도 없는 손암巽庵정약전 선생.
 정약용선생의 영정을 대신 걸어 놓았다는 원장의 말을 듣는데, 왜 그렇게 면구스러운지 모르겠다. 다행히 자산어보를 구입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위안을 받은 여행길에서 정약전, 정약용선생의 일대기를 한 테마로 하여, 흑산도 역사 관광 상품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수山水와 훌륭한 선조들을 세계만방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돌아오는 쾌속정 안에서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낙조落照 찬란한 바다의 장관을     
2010/5/18   
 

                                                                                                 
추천5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김영우님의 댓글

김영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화를 빕니다.
흑산도 홍어의맛은 세계의 일품이지요,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구입하셨다니
또 한편의 역사을 재조명하여 발표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74건 1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74
추석 댓글+ 3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2016-09-03 0
73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7 2012-08-22 0
72
댓글+ 5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5 2011-01-15 9
71
희망가 댓글+ 2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2 2011-01-13 5
70
그림이야기 1 댓글+ 6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0 2010-12-28 12
69
산새 댓글+ 3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6 2010-12-17 6
68
첫눈 댓글+ 5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7 2010-12-10 7
67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7 2010-12-02 12
66
연평도哀歌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3 2010-11-26 15
65
감사해요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6 2010-11-23 12
6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1 2010-11-23 10
63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9 2010-11-22 12
62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5 2010-11-12 12
61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4 2010-11-03 9
60
가을연가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4 2010-10-23 8
59
웅비하는 황혼 댓글+ 1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 2010-10-13 10
58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5 2010-10-05 13
57
강강술래 댓글+ 2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1 2010-09-28 8
56
양평 가는 길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5 2010-09-26 8
55
가을의 전령 댓글+ 3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0 2010-09-14 11
54
이런 날은 댓글+ 6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7 2010-09-03 10
53
우거지귀부인 댓글+ 5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9 2010-08-21 19
52
반추反芻2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6 2010-08-17 19
51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7 2010-08-16 16
50
상견례 댓글+ 5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6 2010-08-14 30
49
장수하늘소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0 2010-08-09 12
48
꼬까신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0 2010-08-09 13
47
매미 댓글+ 5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8 2010-08-06 11
46
네모상자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4 2010-08-05 10
45
산세베리아 댓글+ 4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4 2010-08-03 15
44
장미 댓글+ 5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3 2010-07-29 16
43
비오는날1/ 2 댓글+ 2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7 2010-07-20 20
42
장맛비 댓글+ 5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 2010-07-06 16
41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3 2010-07-02 13
40
반추反芻 댓글+ 6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4 2010-06-29 6
39
밤 꽃 댓글+ 2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7 2010-06-23 9
38
유월 山 댓글+ 2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2010-06-14 6
37
함박꽃처럼 댓글+ 4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6 2010-06-11 6
36
아카시아꽃 댓글+ 6
素熙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5 2010-06-05 5
열람중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4 2010-06-04 5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