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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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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현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238회 작성일 2005-10-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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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2 / 강현태


스산한 가을 아침
숲 속 산책길을 빠져나와
그리 깊지 않은 산골짝
두 셋 마지기 되는 한 배미
끝물의 채소밭 언저리

동강이 각목에
베니어합판 쪼가리를
서투른 구성의 모자이크처럼 붙여 맞춘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랄 수 없는
찌부러지고 덕지덕지 누추하기 이를 데 없는
판잣집 앞에 걸음을 멈춘다

누가
호젓한 이곳에서 무슨 희망으로 살다
어떻게 떠나간 것일까

주위에 어지럽게 늘려진
잡동사니 물건들이 빈 집임을 알리고
집 바짝 옆으로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반생쯤 삶을 살다 말라 죽은 얼굴의
아카시나무 한 그루가
생사고락을 함께했을 적
을씨년스러웠을 삶의 발자취를
말해 주는 듯 흉물로 서 있다

그에게도
순수하고 젖은 감정은 있었나보다
사방이 산야인 자연 속 그대로이지만
무슨 의미에서인지
집 조붓한 앞면에 눈에 띄게 걸어 둔
싸구려 한 점 풍경화 액자에서
일순 가슴속에 연민의 정이 일어나고
이세상 사람들이 떠메고 가는 삶이
각양각색 저마다 다른 모습이겠지만
누구든 지향 하는 정서는
사뭇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참 아래로
아침 찬 공기를 가르며
훤칠히 잘 생긴 몇 필의 말이
소위 자본가라는 사람을 등에 태우고
아랑곳없이
골짜기 안을 따라 난 길로 앞만 보고
따그닥따그닥 발굽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도 달린다

어느새
그야말로 새파란 동천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일상의 수업 시간 시작을 알리는
태양이 눈부시게 떠오른다


# 사진(글의 제재가 된 집): 가을날 아침결 산책길에 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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