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인물과 사물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2,421회 작성일 2011-05-10 21:29

본문

인물과 사물


이 순 섭


우리의 책장에는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이 빽빽이 꽂혀있다.

나는 어제까지 살아있는 사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바람은 언제나 삶의 가장 허름한 부위를 파고들었고

그래서 우리의 세월은 더 부끄러웠다.

비가 내리는 파밭은 침침하다.

문득, 썩지 않는 것이 있다.

나무 밑 떨어진 이파리들은 모두

누군가 한 번쯤 신었던 흔적이 있다.

오랜 공복의 胃, 넓고 메마른 허기를 본다.

저 불은 끌 수 없다.

달력 뒷장을 읽는다.

독한 럼주 병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들판의 지표면이 자라는 철

모든 라벨은 사심이 없지

한 결 같이 청렴하다네.

꿈꾸듯, 한 편의 오래된 우화(寓話)가 소녀의

동공 깊숙이 스며든다.

한 낮의 외출에서 돌아가는 나무들의 모습이 어둑하다.

몇 층의 구름이 바람을 몰고 간다.

매니큐어 칠을 한 손톱 안엔

내 손톱을 장악한 한 남자가 살고 있다.

작은 아버지 바지가 걸린 바지랑대 사이로 푸석한

골목이 보였다.

연대기를 알 수 없는

검은 책이다.

태어나 최초로 걸었다는 산길을 돌아

재활용 쓰레기 더미 위에

죽부인이 누워 계신다.

사원식당 앞 은단풍나무

쇠죽 쑤는 저녁이었다.

생각이 뚜벅거리며 TV속으로 들어가요

그것은 선명한 결을 잘 익힌 맛이다.

여름밤 내내 팔거천만 돌고 또 돌았습니다.

갈 때까지 갔다는 말을

안녕이란 말 대신 쓰고 싶어질 때

야채 썩는 냄새가 고소해지면

장터는 복숭아처럼 익는다.


* 2011년 신춘문예 당선 시 첫 행을 인용함.

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김영우님의 댓글

김영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평화를 빕니다.

이순섭 시인님,!  잘 지내시죠 ,

항상 좋은글 많이 발표하시어 문우인의 귀감이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470건 8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90
老 神父의 告白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3 2016-08-07 0
189
시간의 法則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4 2016-10-26 0
188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0 2017-01-05 0
187
힘의 역학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7 2017-03-16 0
186
사람이야기 댓글+ 3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6 2017-08-12 0
185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3 2017-10-25 0
184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3 2019-04-05 0
183
금전출납부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4 2011-04-17 0
182
겨울광장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8 2011-10-21 0
181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0 2012-07-17 0
180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8 2013-04-25 0
179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7 2013-11-02 0
178
돈독 댓글+ 3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2 2014-04-21 0
177
꽁치 댓글+ 3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6 2014-11-03 0
176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9 2015-03-30 0
175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 2015-09-04 0
174
누군가 댓글+ 4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 2015-12-01 0
173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6 2016-03-02 0
172
우리들의 기도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5 2016-05-19 0
171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9 2016-08-07 0
170
자기소개서 댓글+ 3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7 2016-10-26 0
169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8 2017-01-05 0
168
희망가(希望歌)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7 2017-03-25 0
167
영숙이 댓글+ 4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4 2017-08-21 0
166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2 2017-11-01 0
165
껌의 歷史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3 2019-04-05 0
164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3 2011-04-26 0
163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8 2011-10-27 0
162
목표값 찾기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8 2012-09-02 0
161
오늘의 중식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7 2013-05-06 0
160
숙녀와 펑크 댓글+ 1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8 2013-11-16 0
159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4 2014-05-03 0
158
안전한 門 댓글+ 3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5 2014-11-14 0
157
혀의 역할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0 2015-04-07 0
156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9 2015-09-12 0
155
FTA 돼지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3 2015-12-04 0
154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9 2016-03-05 0
153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4 2016-05-19 0
15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6 2016-08-16 0
151
못다 핀 꽃 댓글+ 2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6 2016-11-09 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