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가방을 버리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629회 작성일 2011-08-08 19:53

본문

<가방을 버리며>
 
                                            김혜련
 
십이 년 동안 내 어깨를 독차지하던
가짜 명품 가방을 내다 버리는 밤 열시
하필 죽일 놈의 비가 내린다.
추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
비굴한 표정으로
아니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헌옷 수거함에 가방을 집어넣는다
이곳에 넣는 것이 맞는지
끝내 확신도 못하면서
실수로 생긴 아이를 내다버리는
철부지 어미 심정으로 버리고
줄행랑을 친다.
내게 버림 받은 가방이
헌옷 수거함이라는 조직 사회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미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내 가슴에는 얼음 막대기 같은
바늘 침이 박힌다.
새 것도 내다버리는 흥청망청한 시대에
자그마치 십이 년 동안
내 어깨를 점유했던
다 낡아빠진 그것을
버리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십이 년 동안
나는 학교를 세 군데나 옮겼고
아들 녀석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 다 새겨진
그것을 몰래 내다버리는 나는
죄를 짓는 것만 같아
자꾸만 1층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홀로 탄 엘리베이터에서
모노드라마 주인공처럼 중얼거린다
이것은 내가 너를 버리는 게 아니라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새 길을 열어 주는 거야
듣자 하니 캄보디아나 베트남으로 수출되어
그곳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지 않니.
나 좀 이해해 주면 안 될까
나도 이제 새 가방이 하나
필요할 뿐이야.
 
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라동수님의 댓글

라동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버려야하는 섭섭함 뒤에도 뿌듯한 그 무엇이 있군요.
비장한 결단. 잘 잘 잘하셨다고 말하고 싶네요.
내가 좋아하는 청국장같은 글에 빠졌다 갑니다.건필 하소서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동수 님, 수중한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보기엔 초라한 것에 불과하지만 제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단순한 사물이 나닌 저의 분신 같아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조현희님의 댓글

조현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낡고 손때묻은 그것이 저희집 장롱에도 잠자고 있지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일년이 지나도 꺼내지 않는 것
이제는 저도 서서히  정리를 할까 합니다.

변정임님의 댓글

변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정들은 가방을 버리면서 비장한 표정이 더 가슴에 남습니다.
추억을 함께한 그 주인공도 선생님을 싸늘하게 외면을 하였을테니까요.
속마음은 그것이 아니면서요.
고맙습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69건 4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열람중
가방을 버리며 댓글+ 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0 2011-08-08 0
148
장미공원에서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9 2012-06-18 0
147
잠보 댓글+ 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0 2013-10-04 0
146
씨븐너물할매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7 2014-10-19 0
145
왕거미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2 2015-11-10 0
144
곰팡이꽃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2017-07-14 0
14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2 2018-02-08 0
14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9 2018-11-20 0
141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2022-11-07 0
140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2023-07-23 0
139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5-04 0
138
태풍 부는 날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1 2011-08-08 0
137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0 2012-10-23 0
136
팔팔의 두 얼굴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5 2013-11-20 0
135
무화과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2 2014-10-19 0
134
운명이라는 길 댓글+ 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0 2015-11-29 0
133
다알리아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 2017-07-14 0
132
갱년기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0 2018-02-09 0
131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6 2018-11-20 0
130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2022-12-14 0
129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2023-07-29 0
128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5-16 0
127
김치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 2011-10-11 0
126
스마트폰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7 2013-01-15 0
12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1 2013-11-24 0
124
울지 않는 아이 댓글+ 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7 2014-11-16 0
123
만두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1 2016-02-03 0
12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1 2017-07-19 0
121
봄의 옆구리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2 2018-02-20 0
120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7 2019-01-04 0
119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5 2022-12-29 0
118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2023-08-03 0
117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 05-16 0
11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1 2011-10-18 0
11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5 2013-01-15 0
114
마지막 꽃단장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8 2014-02-10 0
113
시간 저장고 댓글+ 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7 2015-05-28 0
112
겨울 개나리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 2016-02-03 0
111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7 2017-07-19 0
110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1 2018-02-20 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