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가을의 끝 자락에 서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726회 작성일 2005-10-27 23:12

본문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이건 뻥이다!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뻥이어야 한다. 엊그제 우면산 자락에 진달래 꽃 선혈이 낭자한 피 철갑이었고, 전당 뒤켠의 오솔길 언덕배기에 샛노란 개나리 꽃이 넝쿨째로 나뒹굴었는데, 벌써 가을이가 꼬랑지를 내 앞에 들이내민다는 것은 분명 세월이놈이 치는 뻥이다. 세월이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이야. 제깟 놈이 세월이면 세월이지 네월도 오월도 아닌 놈이 무엇이길래 아직 진달래 꽃 선향(鮮香)도 코끝에서 맴돌고 개나리 꽃 동심(童心)도 내 곁에 머물고 있는데 시월의 끝자락을 내 앞에 바짝 당겨다 놓는단 말인가. 이건 세월이란 놈의 장난인 것이야. 뻥이란 말이다. 난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고 염통이 팔딱거려서 네 놈을 댕강 들어 종로사거리 대로변에 내동댕이를 쳐서 박살을 내버리고 말 것이야.

내가 거품을 품어대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껌을 씹어댄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물고기가 연못에 노닐고 솔개가 하늘을 비상하는 모습을 보고도 내 눈에 보이지 아니하고, 청산녹수(靑山錄水)를 보고도 그 맑고 깨끗함을 느끼지 못하고, 만추홍엽(晩秋紅葉)을 보고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니 말이다. 아니, 보려고 하지 아니하고 느끼고 싶지 아니하고 알려는 생각조차를 하기 싫은 까닭이다. 그토록 가을이 놈의 꼬랑지가 보기 싫다는 말이다.

아직 몽마르트 언덕에서 예술인이랍시고 떠들어댔던 그림쟁이, 글쟁이, 조각쟁이, 소리쟁이들의 패거리 이야기, 그들이 밥 먹고 똥 싸면서 발광해댔던 이야기들도 모두 다 읽지 못한 채 내 책상 위에 나뒹굴고 있는데, 아직 한여름의 밤, 내 고향 실개천에서 해바라기질 한번 해 보지 못했는데, 아직 그대에게 예쁜 단풍 편지 한 통 띄우지 못했는데, 아직 오색의 산녀(山女)들과 코피 흐르도록 연애 질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했는데 세월이란 놈이 아니 벌써 꼬랑지를 내밀치고 있으니 나로 하여금 열불 솟게 만든다.

내가 아무리 팔짝 뛰고 발을 동동 구른다 해도 세월이란 놈은 결코, 진달래 개나리 활짝 핀 봄을 나에게 되돌려 놓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그것은 49년 전에도 그랬고 내가 장가를 가는 그 해에도 그랬으며 작년까지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모습이 세월의 도마 위에 올려진 팔딱거리는 한 마리 생선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냥 눈 지그시 감고 가슴 쓸어내리며 세월이란 놈의 비위 맞추어 일체(一體)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 나의 자유로움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거품을 품어대는 것은 세월의 무상함에 대한 나의 작은 발악일 따름이다. 올해도 안타까움에 떠나는 가을이 놈의 꼬랑지를 붙들고 나는 이렇게 발악을 해댄다. 미친놈처럼‥.








추천8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 읽지 못한 책처럼
마음의 준비도 않했는데 세월이란 빠르게 오나봅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하는데 ....
비오는 아침 따듯한 녹차를 보냅니다.

정해영님의 댓글

정해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 떠나기전에 가을이와 미치도록 연애질 한 번 하고 싶었는데..
꼬랑지를 내밀고 있군요.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요? ^ㄴ^
이선형 시인님이 보내주시는 따뜻한 녹차 한 잔 들면서
답답한 가슴을 녹이렵니다.

박찬란님의 댓글

박찬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는 세월이 많이 안타가우신가 보네요. 하지만 쓸슬해 하지 마세요. 세월은 먹은 만큼 내면의 내공은 눈처럼 쌓이는 법이니까요. 서울서 좀 봅시다. 추남(가을을 앓고 있는 남자)의 내공은 얼마나 쌓고 있는지 뚜껑 좀 열어 봅시다.ㅎㅎ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1,419건 489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899
윤회의 연가 댓글+ 2
김찬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4 2005-10-28 1
1898 no_profile 제주지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5 2005-10-28 1
1897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2005-10-28 6
1896
시인의 아내는 댓글+ 7
지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2 2005-10-28 3
1895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9 2005-10-28 2
1894 김기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5 2005-10-28 2
1893 박인과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634 2005-10-28 2
1892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1 2005-10-28 3
1891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0 2005-10-27 7
열람중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7 2005-10-27 8
1889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5 2005-10-27 3
1888 박영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2005-10-27 9
1887 박민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6 2005-10-27 2
1886 박민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5 2005-10-27 1
1885
사형 집행 댓글+ 5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8 2005-10-27 1
1884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2005-10-27 0
1883
폭풍속으로 댓글+ 7
정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3 2005-10-27 3
1882 최상효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181 2005-10-27 2
1881 김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8 2005-10-27 1
1880
나의 사랑으로 댓글+ 7
허순임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154 2005-10-27 5
1879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7 2005-10-27 3
1878 no_profile 임남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7 2005-10-27 7
1877
아들 딸에게 댓글+ 9
김옥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5 2005-10-27 2
1876 박찬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9 2005-10-27 6
1875
월봉산 댓글+ 7
박정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6 2005-10-26 7
1874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4 2005-10-26 3
1873 강현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6 2005-10-26 1
1872 최상효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095 2005-10-26 6
1871 박인과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524 2005-10-26 4
1870
아비의 삶 2 댓글+ 10
이선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8 2005-10-26 15
1869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2005-10-26 0
1868
산수유 댓글+ 2
no_profile 임남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3 2005-10-26 12
1867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2005-10-25 0
1866 김태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1 2005-10-25 6
1865 한종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 2005-10-25 6
1864 박태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50 2005-10-25 2
1863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2005-10-25 0
1862
위대한 지도자 댓글+ 7
박찬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1 2005-10-25 1
1861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2005-10-25 0
1860 윤해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3 2005-10-25 7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