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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지빠귀의 노래 - 그리움을 가랑니처럼 깨어무는 가을, 그 별리別離의 정한情恨을 담은 박정렬의 詩, <月峰山>

페이지 정보

작성자 : 박인과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5건 조회 1,632회 작성일 2005-10-28 01:04

본문

그리움을 고통의 실타래에 달아 신열처럼 앓던 이빨처럼 앓아본 사람이면
박정렬의 시를 아픔 깊이 심어놓고 한 번 쯤의 가을 나들이를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별리의 정한을 노래한 싯구 중에서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상념들은
서구적인 도시인들의 무자비한 파괴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치 주홍글씨에서
살벌하게 등장하는 십자가의 처형대처럼.

보다 한국적이고 일반적이며 토속적인 정서는 역시
진달레를 밟아 으깨듯이 이별을 즈려 밟는 행위가 아니고
박정렬의 마음처럼 어찌할 바 모르는 것이다.

"산마루 좋다하여 / 산꿩이 우짖을까요"
시어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한 것은 이 시의 간절함을 더해준다. "산꿩이 우짖은다"라는 표현과 "산꿩이 우짖을까요"라는 표현은 모두 산꿩이 우는 상황을 묘사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가 더욱 애닯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시인은 언어의 마술사라고 하는 것이다. 언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나 새로운 카멜레온으로 변할 때 그것이 바로 시같은 시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결핍된 인류의 카타르시스 작용을 유도한다. 감성의 화산의 분출구로 이끌어 오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인류는 이별로 딱딱한 가슴을 열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다시 꼭 돌아온다는 기대감 속에서의 이별의 노래인 것이다.

그러면서 어쩌면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항상 가지고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그가 돌아오고 안돌아오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신념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다.

기다릴 것을 다짐하면서 역시 모두 다 보내버리는 것이다. 비워버리는 것이다.
"처마 끝에 넘실대는 / 스산한 가랑니는 뽑구가네요"라고 하면서 앓던 이를 뽑듯이 다 보내버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랑은 상대가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랑은 항상 미완성으로써 완성을 향하여 기다림이란 서러움의 고갯마루를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아니 간다 해도 / 별은 별은 오네요"라고 하면서 이미 자신은 사랑과 미움의 완성을 창조해 놓는 것이다. 이것 또한 지금 당장 완성이 되든지 미래의 어느 날에 완성이 되든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 사랑이 완성될 것이란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기다림의 나무는 그리움의 나뭇가지가 항상 그대를 향하여 흔들리고 있으므로. 또 인내의 나뭇잎들을 달고 재회의 꽃을 피우는 것이 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 기억과 완성의 프로그램이 자신의 존재의 우물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한 자신은 이미 이별을 완성하였고 그럼으로 해서 그 이별의 완성은 바로 사랑의 완성이란 방정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별이란 중요한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이별과 사랑의 관념이며 튼튼한 정서의 멧돌인 것이다. 슬픔과 서러움과 고통의 아름다운 시간들이 이미 이 멧돌에 갈리기만 하면, 그리움의 멧돌 구멍으로 스며들어 갈리기만 하면, 농도 짙은 이별과 사랑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마치 이 시의 구조가 떠남과 만남의 구조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은 예사로운 것이 아님을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의 관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 사뿐히 즈려밟는 것은 무엇을 즈려 밟는다는 것인가
작자의 마음인가 배신한 애인의 마음인가 아니면 시대의 그림자인가
어쨌든 그 시어의 출발점은 모두 다 희생의 제물이 되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을
스스로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서구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서구의 정신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떤 희생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주홍글씨의 문화적 배경에서 온 것이다.
자신들의 불륜의 행위를 정당화 시키고 있는 주홍글씨는
그러면서 그 불륜의 행위를 미화시키는 상징의 숲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 덫을 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은 상위 계층의 무자비한 쾌락의 문화이다.
인간의 맑고 청명하여 간절한 그리운 기쁨의 정서를 팔아먹는 무자비한 죄악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서구의 땅은 성범죄의 천국이다. 개인주의관이 철저한 땅이다.
주홍글씨의 영향을 받은 그 땅은 지금도 자신들이 만든 사형대 위에
인류를 달아올려 놓고 저울질 하고 있지 않은가? 언제 북한이, 우리 나라가
그들의 사형대 위에 올려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의 사고는 기다리는 것이란 없다.
그냥 즈려밟는 것이다. 주홍글씨의 문화적 기류가 한국에 몰려올 쯤엔
그것이 마치 한국적 정서인양 포장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눈을 감고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잠시 주의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박정렬이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박정렬의 시를 사랑하고 이런 시를 출산하는 그에게 감사히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별의 정한은 바로 박정렬의 시와 같은 이런 것이다.
가슴이 아린 것이고, 울어 예는 것이고, 간다고 가지만, 올 것을 다시 기대하는 것이다. 그 기대라는 것은 역시 상대방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파괴의 행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보호본능이 두려움과 고독의 씁쓸한 골목길을 빠져나와
새로운 만남의 꿈을 향하여 출발한다.
그러기에 산마루 턱을 지나도,
산 허리를 꿈틀대며 돌아가는 외로움의 오솔길이
알몸으로 흔들려도,
그대와 같은 별이 별이 따라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이별의 정한은 산꿩이 우짖는 소리로,
가랑니가 머리 끝과 어깨죽지를 가렵게 해도
봄소풍 가듯이 가는 것이다. 그냥 가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을을 우는 것이다.

산꿩이 우짖으니 가을 빛이 물들며 울고
처마 끝에 가랑비가 길게 길게 뽑히듯이 우는 것,
그렇게 이별의 정한은 산과 땅과 인류의 유산 위에 적셔들어 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별의 정한은 인류의 문화와 역사의
에너지로 환원되는 것이다. 즉 파괴가 아닌 건설의 개똥지빠귀의 노래이다.


.......................................................................


월봉산

        박정렬


산마루 좋다하여
산꿩이 우짖을까요
아니
갈빛 우네요

어느 옛 봄소풍 우에
울어 오네요

처마 끝에 넘실대는
스산한 가랑니는 뽑구가네요

간다 간다 아니 갈수도 없구
가네요

아니 간다 해도
별은 별은 오네요



*월봉산: 충남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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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인과 시인님...대단 하십니다. 하나의 작품을 평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데..역시 1985년 등단한 후 쉬지 않고 글적는 실력이 너무 익은 듯 합니다. 터질듯이 나오는 글을 뵈니. 존경에 마지않습니다.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크~~~ 주무시지 않고 ...  저는 사랑하는 손근호님에 대해 항상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은 근호님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열심히 시작을 하고 계시다는 그 사실이 안심입니다. 그리고 그 근호님의 안에 깊숙히
존재하는 눈물의 항아리에 눈물이 마를 줄 모르고 항상 푸르게 일렁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렇게 깊은 밤, 깨어 시의 窓을 지키고 계신 근호님을 뵈니 옛날 우리들이 머물렀던
시의 마을이 생각납니다. 우리 그 때도 그랬지요. 지금도 그런 설레임으로 항상 만난다는 것이
행복하답니다. 감사.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특히, 제가 죽을 고비 때마다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음으로 해서 시의 옛 친구와의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행복하답니다. 좋은 꿈 꾸시길.

박정렬님의 댓글

박정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깜짝 놀랬습니다.....박인과 시인님~~건강하시구요...건강하세요....고맙습니다
삶에 대해선 많은 평을 들었지만.....시평은 생애 처음이네요....
여러 감정이 오고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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