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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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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형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113회 작성일 2005-11-01 14:56

본문

응급실

글,  묵혜. 오 형 록
 

개미처럼 기어가는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조급한 경보음이 울리더니 순식간에 응급센터 앞에
끼이익 문이 열리기 무섭게 종종 걸음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안전요원들 입을 굳게 다물고
초조하게 그 뒤를 따르는 일행 안으로 들어서자
의사들이 뛰어 나온다,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일 문 일 답 어느덧 팔뚝에 주사바늘이 꼽혀 있고
응급실 가장 자리에 시선이 집중 된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침상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이제야 시야에 들어온다.
쉴 틈 없이 환자들이 들어오고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고통과 눈물과 무의식 속에 한 올의 머리카락 같은
연약한 삶의 꼬랑지에 수없이 많은 꼬리 글들이
각양각색으로 매달려 운명의 줄타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의 영혼은 반쯤 빠져나와 싸늘한 밤하늘을 배회하며
쏟아지는 눈에 젖어 가냘프게 떨고 있었다.

백의 천사들의 눈빛이 한곳에 고정되고 끈적끈적한
삶으로 인도하는 거미줄을 뽑아 내기위해 부지런 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담담하기만 하였다. 이윽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환자들은 거미줄을 타고 새로운 삶을 향해 곡예 하듯
초췌한 모습으로·각 양 각 색 으로 희미한 불빛아래 흔들리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쏟아지던 눈이 싸늘한 바람에 쫓기다 지쳐
바닥에 몸을 눕히니 차량들은 그들이 안중에 없는 듯
마구 짓밟고 지나간다.
그들의 눈물은 길바닥에 얼어붙어 지나가는 자동차를
밤새도록 노려보고 있었다.

밤은 깊어가고 여전히 분주한 백의천사들의 움직임 그들은
신음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구세주였다.
그들에게 생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초라한 모습 초점 잃은 눈동자는
천장에 매달린 전등을 주시하고 옆에 앉은 보호자는 어느새 고개 숙이고
모든 것을 잊고 싶은 듯 꿈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뚜벅 뚜벅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 백의천사가
다가와 혈압을 측정 하고 링게르 줄을 통해 약품이 투약 된다.
하나 둘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나가는 사람들 눈물로 그들을 배웅하고
바로 앞 병상에는 벌써 20일째 혼수상태란다.
지쳐버린 보호자는 힘없는 목소리로 외친다.
차라리 빨리 떠났으면 하고 들릴 듯 말듯 중얼거린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주사바늘을 뽑아버린 사람은
안전 요원의 손길에 손발이 묶여 고래고래 소리친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입원실로 옮겨가는 사람들은
인생 재역전의 디딤돌을 마련코자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한다,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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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태님의 댓글

김영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형록 시인님의 주옥같은 글들이 옮겨져 있는 시집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교보문고에서 베스트 순위에 오른것을 축하 드립니다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분들 하루 빨리 회복 되시길 바라면서
지금 이렇게 선생님의 글을 읽을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낍니다
오형록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형록 선생님 서울서 만나뵙게 되어 정말 좋았답니다.
응급실......
오래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오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조연상님의 댓글

조연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보는 풍경들이건만 오형록 시인님의 글로 대하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늘 건강하시고 쾌활한 미소 간직하시길 기원 합니다...^^

김춘희님의 댓글

김춘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형록 시인님, 그렇게 빨리 가셔버리니 서운했답니다.
나중에는 그렇게 가기 없기에요.
수줍은 듯 얌전하신 오시인님 거듭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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