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이내빈  

수십의 각기 다른 소리가 앙상블을 이룬다

손가락 끝에서 튕겨져 나간 소리의 눈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다른 소리를 바라본다

한 순간 터져나오는 소리는 허공에서 맞 물리며

또 다른 소리와 부딪힌다

현의 튕김으로 무질서가 시작되고

여러개의 물소리가 낙하하는 순간

수백개의 입자가 본래의 소리에 흡수되듯

소리들은 끊어지듯 이어지며 서로를 빨아들인다

소리들은 이어져서 또 분산되며 고리를 만든다

소리의 생명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멸하고

부서지는 곳에서 이어진다

흔들리다 허공을 맴도는 가는 소리와

굵으나 갈라지지 못하는 소리가 합쳐지며 화음을 만든다

소리의 근원은 가슴과 손 끝에서 시작되고

메아리로 생을 멎는다

오직 보이는 것은 들리는 것을 머금고

들리는 것은 끝남이 없이 일어나고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