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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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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현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2018-05-18 08:14

본문


  미생(未生)

 

 


                        조 현 동

 

 


살다가 보면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있다

 

모든 에너지가 몽땅 다 빠져나가버려

완전히 방전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살아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살아있어야만 하는

그런 날이 있다

 

그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고

세상 모든 슬픔이 몽땅 내 슬픔인 것만 같고

그래서 딱 죽고만 싶은

 

딱 죽고만 싶은 그만큼을 모질게도 더 살아서

사는 것 같지 않게라도

악착같이 살아남아있어야만 하는

 

그런 날이 있다

 

살다가 보면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날이 많다

그런 날이 많다

 

살아서 살아도

살아야 해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살아서

모질게도 살아서

악착같이 살아남아있어야만 하는

 

그런 개 같은 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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