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의 꿈


                    조소영

펑펑 내리는 눈은
미시령 고개를 넘는다

강원도 용대리 황태 덕장
쩡쩡 얼어붙은 덕장에서
고행의 길을 가야 하는
동안거冬安居의 스님처럼
묵묵히 참선 중이다

일평생 하늘에 대한 그리움과
일평생 바깥세상에 대한 원은
서로를 부딪쳐 깨달음에 닿으려 함이런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멎은 숨은 살아나고 수 없는 날을 뒤집히며
비로소 어둠을 뚫고
동쪽에서 들리는 맑은 소리
환한 낯빛으로 오는 침묵의 숨소리

엄동설한에도
툭툭 털고 가벼이 일어서는
저 황태의 날개들

깊이 잠긴 용대리의 겨울
황태를 닮은 사람들이 피어내는
은은한 미소가
덕장에 가득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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