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지고 나면 / 김 원곤

해가 서산에 넘어가고 난 뒤
하늘은 마술을 부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매직아워(Magic hour) 시간대라고 하지요

서쪽 하늘에는 황금 빛으로 수를 놓습니다
그 빛이 강물에 들어오면
하늘과 강의 경계는 없어집니다

하루 종일 강에서 놀던 철새들은
황금 빛 하늘을 힘차게 창공을 가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철새들의 날개 위로 빛이 사라지고 나면
하나 둘 어두운 밤하늘에 별들이 수를 놓습니다
그 날개에서 별이 탄생하는가 봅니다

오늘 밤
강가에 무심히 비치는 별빛 속에
너의 얼굴 그리며
오지 않는 옛 사랑의 배를 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