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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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장세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192회 작성일 2019-12-31 02:26본문
첫눈
겨울 문 틈새로
눈꽃이
한 올 한 올
뜬금없이 날리더니
도시벽화 속
묶여있던 담쟁이 넝쿨 잎들이
꽃송이가 너무 커 어색했던 나비들이
눈에 덮혔다
각양각색 도시색깔들
차바퀴에 졸음을 걸었던 회색 길바닥까지도
눈 그림속에 다 들어가
도시는 순박해지고
새삼 정겨워졌다
나도 잠시
눈에 묻히어
누워 볼까
나에게 첫눈은
늘 짧은 머리위에 먼저 왔다
탄물로 질퍽이던 사북 겨울 길
가난한 내 젊은 날에
처음
짧았던 내 머리위에 닿았던
차가운 입술
휘모는 높바람에 실려
스처 지나간 첫눈
삶은 그렇게
군데군데
물웅덩이를 남긴 채
꼬불꼬불 돌아
흐르는
좁은 냇가로
이렇게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감아도
묻히지 않고
옅은 수증기 피어 내면서
눈 위에
뚜렷이 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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