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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明洞), 그리고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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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739회 작성일 2020-05-07 17:50

본문

명동(明洞), 그리고 지렁이

 

 

이 순 섭

 

 

 

 

그곳이 명당(明堂)자리라고 밞으면 죽는 것이 있다

모르고 밟을 수 있으나 알고는 못 밟는 것

죽어간 시체에 파리는 아우성쳐

대낮 소리 날아간 자리 이른 새벽 개미가 왔다 간 몸

새벽에 우는 새야 밤에는 울지 마라

화가나 마구 달리는 을지로 4가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햇빛 들어온 자리 사라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을지로 4가 구간

바닥 덮어놓은 일렬 벽돌 사이 흙길

뚫린 작은 구멍 모래 뱉은 자리

소리와 함께 몸체 사라진 내 살던 동네 옛 동네 이었던

이제 깊은 새벽 몸 눕는 자리 아니지만

내 살던 곳, 걷고 싶은 곳

멀리 머무르지 않는 자리 지금 사람도 숨쉬고

옛사람도 남으면 숨 쉬고 머무르는 곳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갈 곳 잃은 마음 따른 길 여러 갈래 숨어 쉬는

저마다 직선 이르는 길

억지로 찾아 꿰매 넣는 땅속 깊이 마음이 무거워

참새는 붉은 담 벽돌 부리로 먹이 잡는 대낮

알지도 못하는 싸움이 밝은 동네에 더하여

죽어간 시체 색깔 변해 작아진 몸체에도 숨은 넘어갔는지

이것이 편한 마음 이었던가 이제는 몰라도 알았어도

밟을 수 있는 것 땅 덮은 벽돌 사이 잡초 뽑으려니

잔잔한 푸른 하늘 덮은 검은 구름 사이로 소나기 내려

피하는 몸 좀 전에 맡은 땀 섞인 살 냄새 은은히 퍼져

빗줄기 거세고 굵어 땅 열기 식히는 명동

붉은 바닥 벽돌 모두 적신다.

더 뚜렷이 나타나는 벽돌 길 사이 잡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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