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가시밭길을 무죄의 탈을 쓰고 가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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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인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901회 작성일 2020-05-25 14:55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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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달
하늘 보다 높지 않고
바다 보다 깊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I.
한 조각 남은 껍질마저 내어 줌으로서
새 가지를 피운 송홧가루는
이 산 저 산 떠돌다 어느 산막에서 숨져 가더라도
미천한 몸 하나 버릴 각오와 희생 없이
어떻게 푸른 솔로 살까
밤새 내리는 봄비에도 아랑곳 않지 않는가
한 여름 속 빨간 장미 한 송이도
6월의 햇살만큼이나 짙은 향을 지키려
그 누구도 의심한 적 없는 순결한 사랑으로
불 보다 더 붉은 뙤약볕을
아픈 가시를 두르고서라도 온 몸으로 맞고 있지 않는가
하물며, 무슨 운명이
참 왜소하게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치 않는 사랑을 이루기엔
터무니없이 작은 둥지를 용케도 보듬어
뻐꾸기 알을 탁란해야 했을 뱁새의 마음은 어땠을까
벌거벗은 나목 한 그루에 건 질기고 질긴 삶이 가진 버거움도
사랑이라는 무게엔 반도 미치지 못함을
알고 있었으리라
II.
그런 사랑의 근원인 한 방울의 빗물이
젖은 풀잎을 내려 여망의 대해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는 사랑 없이
그 많은 돌들은 어찌 피했으며
숱한 역경들과의 궁색한 만남은 어떻게 풀었을까
사물이 그러할 진데,
인연의 셈법으로 묶인 부부간의 사랑은
한 몸이 된 시간이 지루해져 올 때
긴장의 끈이 풀려 사리가 어두워 지면
차가운 머리 보다
뜨거운 몸에 충실 하려는 본능이
상상 속 두 몸의 여행으로 이미 들고 있으니
꽃이 부르기도 전에
어느새 주변을 서성대는 벌 한 마리가
기어이
유혹의 화신 뱀의 꼬리를 쏘아버린 패착을 범해
性의 마지노선을 넘어 불 구덩이를 쓰고
타는 살을 보면서도 끝 모를 환락에 마취되어
잘려 나가는 고통을
희뿌연 쓴 날개 짓으로 바라만 볼 뿐
III.
감성을 이성으로 되찾았을 땐 이미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깃털,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거리 끝에 기대어
쏟아 지는 비를 맞고도
사랑은 무죄라며 뱉은 무거운 독백이 바다가 되었으니
심연의 상처로도 벗겨지지 않을 고해를 안고
두고두고 소금으로 남아
짠 맛으로 살아야 할 인생의 교훈이 될 것이다.
Jtbc 부부의 세계를 보고 (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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