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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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인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282회 작성일 2020-08-23 15:35본문
지붕 위의 소
김인달
본디 메마른 땅이 제격이었소
바위 같은 우직함으로 고랑을 내
고행의 나팔 워낭 소리 골골이 새겼으니
일군 이랑을 따지자면 千 골이랴 萬 골이랴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탐스러워 지면
누구네는 대처로 가고
건너 마을 처녀 시집간다네
또 누군가에 의해 정든 곳을 떠난 옆집 소는
마지막 남은 꼬리 마저
곰탕집 그릇안에서 남김없는 도움이 되었소
다만,
어깨에 짊어진 멍에만은 죽어서도 지우기 힘든
육신의 고뇌가 되었으니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이 그 것
이렇게 무자비한 비 내림을 뉘 알았겠소
백척간두의 운명에서
누군가가 풀어 놓은 고삐를 끌고
거리를 달리고 산을 올라
붓다의 성전으로 가리라 그대들은 생각이나 했겠소
아마도 하늘의 진노를 달래고 빌었으리라
비가 멎고 해 오른 아침
난생 처음, 여기가 제가 살던 곳이 아님을 안 어미소
한 발도 뗄 수 없는 희한한 운명으로
오롯이 본 세상은
내 멍에만큼이나 감당하기 힘든 참상이었소
그런데 어찌 하오
난생 처음으로 가진 뱃속의 생명
자칫 자신의 잘못됨이 죽어서도 씻지 못 할
業이 되기에
피빛 두려움을 삼킨 날이 몇 날이던가
명주실 몇 가닥에 실려 온 본향에서 낳은 두 생명
마르지 않은 집이 덥기도 하려니와
눅눅한 어미 품을 떠나지 않는 초롱한 눈동자
까만 조약돌 하나 들었소.
김인달
본디 메마른 땅이 제격이었소
바위 같은 우직함으로 고랑을 내
고행의 나팔 워낭 소리 골골이 새겼으니
일군 이랑을 따지자면 千 골이랴 萬 골이랴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탐스러워 지면
누구네는 대처로 가고
건너 마을 처녀 시집간다네
또 누군가에 의해 정든 곳을 떠난 옆집 소는
마지막 남은 꼬리 마저
곰탕집 그릇안에서 남김없는 도움이 되었소
다만,
어깨에 짊어진 멍에만은 죽어서도 지우기 힘든
육신의 고뇌가 되었으니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이 그 것
이렇게 무자비한 비 내림을 뉘 알았겠소
백척간두의 운명에서
누군가가 풀어 놓은 고삐를 끌고
거리를 달리고 산을 올라
붓다의 성전으로 가리라 그대들은 생각이나 했겠소
아마도 하늘의 진노를 달래고 빌었으리라
비가 멎고 해 오른 아침
난생 처음, 여기가 제가 살던 곳이 아님을 안 어미소
한 발도 뗄 수 없는 희한한 운명으로
오롯이 본 세상은
내 멍에만큼이나 감당하기 힘든 참상이었소
그런데 어찌 하오
난생 처음으로 가진 뱃속의 생명
자칫 자신의 잘못됨이 죽어서도 씻지 못 할
業이 되기에
피빛 두려움을 삼킨 날이 몇 날이던가
명주실 몇 가닥에 실려 온 본향에서 낳은 두 생명
마르지 않은 집이 덥기도 하려니와
눅눅한 어미 품을 떠나지 않는 초롱한 눈동자
까만 조약돌 하나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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