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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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411회 작성일 2020-11-23 15:37본문
봄 소풍
이 순 섭
구경 가자
아름다운 이 세상
걸어서 구경 가자 볼 것 많은 저 세상
갓난아이 잇몸에서 솟아오른 치아처럼
옹알옹알 물방울 져 보이는 먼 얼굴들
이같이 있는 그대로 다 자란 치아처럼
구경거리 많아 앉았다 일어서는 발에 걸려
소리 나는 한 물체들
구분되지 않는 봄 하늘 끝
떨어진 벚꽃 잎 셀 수 없어 뒷짐 지고
걷는 걸음 돌부리에 걸린 발 앞으로
나타난 어머니 꼭두새벽에 만드신
나무도시락에 쌓인 유부초밥
산 속에서 들려오는 들장미 노래 따라
마신 물 떨어져 계곡 흐르는 물도 시원한
음료수 천연탄산가스 사이다
나, 나, 나, 나, 나
거북한 마음속에서 토해내는 소리 들려
돌아오는 길 맹인만의 보도블록 길
오직 따라 걷는다
끝이 이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올 한해 봄 소풍은 끝났다
어제의 나무종이 고운 결에 마음 길들이고 놀러가자
아름다운 이 세상 가을소풍이 있으니
절도 아니요 능도 아니요 더구나 공원도 아닌
이 세상 구름바다
저 세상 산새가 수놓은 가시밭길
계절이 있는 가을나무는 꽃을 멀리하는 것
뒷짐 지고 새벽에 지하 연결통로
또 다시 마음과 몸 이어주는 맹인의 보도블록을 걷는다
자꾸 발걸음은 길을 벗어난다
이것이 이 세상에 없는 여름 · 겨울소풍이 있구나
움켜지면 부서지기 쉬운 나무펄프 도시락
어머니의 가슴이었다
어린시절 만져도 거부하지 않으신 어머니의 젖꼭지
봉긋 솟아 두 눈을 크게 뜨게 만든다
정신 차려 눈앞에 보이는 어둠의 동굴로
걸어 들어가 되돌아 나온다
지금 이 세상은 그저 조용하다
내일 아침이면 힘 있는 발걸음이 분주하고
고, 고, 고, 고, 고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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