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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슴마다 황금빛으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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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803회 작성일 2020-11-24 22:35

본문

가을, 가슴마다 황금빛으로 물들다

                                              조소영

시월의 마지막 끄트머리 사람들에 그늘진
곳을 붙잡고 아찔한 북악산 아래 은행나무 동네엔
노오란 아름다움으로 물들어 가고 있더라

시월에 끝자락에서 북촌은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은행나무들이 황금빛 동네를 이뤄 다정하게 살고
감성 시계를 지닌 사람들이 은행잎 추억을 남기며
그 기쁨 수북이 쌓느라 여념이 없더라

시월을 보내기 싫은 아쉬운 사람들은
국화향 커피향 그윽함을 향기 주머니에 담느라
여념이 없을 때 뒤질세라 시월의 사람들의 가슴으로
우수수 은행잎 파고들어 쌓이니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더라

뒤뜰 담쟁이가 걸린 갤러리에서 나오던 사람들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저마다 당황한 기색도 없이 깊어 가는 가을에
바람의 등판을 타고 우수수 은행잎비 맞는 사람들
즐거라 환호성을 지르며 행복해하더라

시월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그 속에 너와 내가
남 모르게 키워온 아담한 노란 은행나무 한그루씩
우리의 삶의 자양분이 되어 칼날 같은 추운 계절을
나기 위한 차비는 그동안 미뤄 뒀던 용기로
은행잎 우수수 떨구더라

마치 천년을 훌쩍 넘겼을 법한 미술관 또는
골동품 같은 동네에서 삶의 사계에 다리를 지날 때
마침 시인의 기웃거리던 슬픈 예감마저 순결한
숨결로 가누며 저녁 노을과 함께 황금빛 가슴마다
따뜻하게 물들어 가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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