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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속 바짓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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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513회 작성일 2021-02-24 17:03

본문

구두 속 바짓가랑이

 

이 순 섭​

지구 닮은 겹친 세 개 원을 그린다

원 안에는 세상이

안 풀리는 정삼각형이 갇혀있다

걸어가는 바지 밑단이

구두 뒤꿈치 벌어진 사이로 먹힌다

이루 말 할 수 없이 불편해

치마 올리듯 손으로 잡고 걸어간다

마지막 구석에 몰려 현관 밖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구두를 구제했다

마지막 남은 못 쓰는 가죽 혁대를 잘라

우선 구두가 꽉 조이게 편한 걸음걸이를 원했다

얼마 남지 않은 굳은 접착제로 바르고

붙인 틈새로 죽은 나무를 붙이는

끈적이는 용액을 사정없이 투입했다

 

생계 위한 기본을 하려고 어둠 속을 걷는다

애완용 패드 숍 사라진 공터 건너

영업하지 않던 매장

의자와 탁자가 있는 카페로 변했다

바짓가랑이가 갇힌 공기에 나풀거린다

살아생전 이 순간 정확한 상호 알 필요는 없다

없는 것 마시고 있는 것 토하는 세상

두 원 지름을 잇는다

한 원에 있는 그대로의 지구다

단단한 구두 뒤축 반원 세움에 더 이상

바지 뒷단 먹힐 소용을 느끼지 못한다

 

하나의 우주가 떨어져 우주는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말을 섞으면 혼탁한 세상에 구제해 준

구두는 발을 포근히 감싸고

설원을 달린 방울소리 내며 걸어간다

방울소리 못 미쳐 멀리 보이는 불 밝힌 밖

아무도 없다

바짓가랑이에서 지구가 품은

바다 밴댕이젓 냄새가 난다

갑자기 바다 속 운동장 숲 속길 닮은

여러 갈래 길이 생겨났다

세상이 다시 시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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