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의 노래 2

                조소영

코딱지만 한 것이
어느 날
차마 푸른 잎에 가려 답답하더라도
일순간 불어오는 하늬바람에 여유를 갖고
그저 어둠이 영혼의 빛을 키운 다는 걸 안다

뜨거운 계절
모난 마음이 둥글어지고
추억 저편 붉은 믿음이 여물고 있음을 안다

수만 번 고뇌하며
고난이 흘렸을 눈물이
가히 없는 사랑의 문을 닫고 결실을 맺을 때
누군가의 허기를 달래는 소중한 생명의
알갱이란 걸 안다

밤새 내린 가랑비가 진눈깨비되어
마음에 심술궂게 젖더라도
어느 삶의 가지에 중심을 잡고
어두운 밤을 밝히던
달님 별님 일 마치고 돌아가는
뒷모습 짠한 가슴에 따뜻함이어야
한다는 걸 안다

아침 햇살 아래 붉은 가슴이 눈을 뜨듯
세상 어느 창가의 누군가에 아침을 밝히는
소중한 꿈이라는 걸 안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쿵 하는 중력으로 떨어질 때
슬퍼하거나 짓밟지도 말며
꿈꾸는 이들의 껍데기 속 단단하고
든든한 한끼가 되어야 함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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