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포자처럼 둔탁한 눈송이가 날린다

포도송이 같은

그렁그렁한 추억을 보듬으며

걸어보는 짙푸른 성탄의 거리

몸 어디에서고

시퍼런 종양들이 욱신거리지만

좀처럼 돌아갈 줄 모르는

강바람

시린 귓바퀴

몹쓸 병에

끙끙 앓는 구더기 속에서

한 걸음 도망쳐 보지만

나는 번번이 음울한 거울 속에 있다

눈들이 날리고

병아리처럼 뒤뚱거리는 아이 하나

엄마 손에 이끌려

트리 아래로 기어들어 간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사이다 같은 축배의 선율

보랏빛 환희가 번지고

낡은 거리는

하나 둘 문을 걸어 잠그고

열기운에 휘청이는

칠월의 동공 속으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