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한 켠에

얼굴을 마주하고 내외가 마주앉아 있노라니

터벅터벅 눈길 위를 흐르는

발자국 소리 들린다

서러웁게 흩날리는 눈발 애처러워

아내는 가만히 미소지으며

어질머리 끝,

해묵은 먼지를 툭, 툭

털어 내고 있다

날이 저물도록

스러져 가는 겨울밤

아이의 새근거리는 소리에

초점도 없이 흘러가는 시계바퀴 자국은

그토록 헤아릴 것들이

많았었나 보다

눈 내리는 날

다정하고도 따스한 한 내외가

함박눈을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