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천乾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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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2,464회 작성일 2005-05-31 14:07본문
건천乾川 2 시/강연옥 한 순간 터진 통곡으로 찢어진 길이 있다 어느 날 슬픔 한 줄기 왕창 흐르고 나면 바다 입구에서 끝이 난 그 길로 바람만이 달려간다 젖은 바닥 바람에 말리며 물고기도 수초도 키우지 않는 돌바닥 드러내 보이는 딱딱한 가슴이 어머니에게는 한 평생 수천 개이다 오늘 아침 숙모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시누이인 어머니는 아침 식탁에 앉아 긴 한숨 끝에 “밥 먹을 생각 없다”며 수저를 내려놓는다 어머니는 아시는 게다 저 멀리 이승 접고 하늘로 오르는 뭉게구름 한 점 한라산 봉오리에 걸터앉자 곧 비가 쏟아 내릴 것을 미명의 바다에 슬픔을 수장시켜온 어머니, 수문을 여는 어머니는 저녁까지 속을 비운 채 수평선에 시드는 선홍빛 꽃울음만 가슴에 채우고 있었다. |
건천乾川 2
시/강연옥
한 순간 터진 통곡으로 찢어진 길이 있다
어느 날 슬픔 한 줄기 왕창 흐르고 나면
바다 입구에서 끝이 난 그 길로 바람만이 달려간다
젖은 바닥 바람에 말리며 물고기도 수초도 키우지 않는
돌바닥 드러내 보이는 딱딱한 가슴이
어머니에게는 한 평생 수천 개이다
오늘 아침 숙모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시누이인 어머니는 아침 식탁에 앉아 긴 한숨 끝에
“밥 먹을 생각 없다”며 수저를 내려놓는다
어머니는 아시는 게다
저 멀리 이승 접고 하늘로 오르는 뭉게구름 한 점
한라산 봉오리에 걸터앉자 곧 비가 쏟아 내릴 것을
미명의 바다에 슬픔을 수장시켜온 어머니,
수문을 여는 어머니는 저녁까지 속을 비운 채
수평선에 시드는 선홍빛 꽃울음만 가슴에 채우고 있었다.
댓글목록
오한욱님의 댓글
오한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학교에 왔다 이제 막 조퇴하고 가려는데 또 시가 올라왔네. 마저 읽고 가야지.
어머니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네요. 이승 접고 하늘로 오르는 일은 누구나 해야 할 일.
언젠가 저도 뭉게구름 되어 한라산에 오를 터인데. 건천에 비 내리는 날...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니~ 땡땡이~~~
빈여백 학교에는 조퇴가 없습니다. ㅎㅎㅎ
어머니 세대는 살면서 가슴이 찢어진 일이 수천 번이 넘지요.
그래서 늘 가슴에 걱정 뿐이지요.
그래서 사랑오면서 깨달은 지혜가
가슴에 건천처럼 마음을 얼른 비우는 일인가 봅니다. ^*^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강시인님 많은것 느끼고 갑니다.. 건천..... 슬픔까지 다 내다 버린...마른가슴..!!
양금희님의 댓글
양금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의 가슴에 슬픔이 묻어 있겠지만......
빠르게 쓸려 내려 보내고 쉽게 마르는 건천의 특성처럼
슬픔도 빨리 마르길 바랍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
윤복림님의 댓글
윤복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의 아픔이 얼마나 크시다는 것을 알 것 같습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아갈수록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 자식에게 나는 내 어머니만큼의 어머니가
될 수 있나하고 때때로 생각하며
어머니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곤 합니다.
작가님들 !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