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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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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2,268회 작성일 2006-05-27 08:51

본문

너무 더워 한반도 전체가 헐떡거린 날, 중1인 딸아이가 장애우들이 일하는 작업장에 친구들과 봉사를 하러 다녀왔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찾아간 곳은 구로동에 있는 '* * 의 집'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처음 만난 장애우의 얼굴이 뇌성마비였는지 많이 일그러져 있었다 했다. 텔레비젼 화면에서도 보았던 적이 있고, 거리에서도 가끔 본 적이 있었지만 막상 그 분을 마주하고 인사를 드리려니 낯가림에 머뭇거려졌다고 고백을 했다. 그런데 오늘 할 일을 배당받는 동안 그 분의 다정한 모습에서 첫 대면에 잠시 당황했던 시간도 지나고 마음이 편안해졌던 모양이다.

열악한 작업환경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딸아이가 놀라워 하며 들려준 이야기는 그 분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힘들어 하기 보다는 너무도 열심인 모습에서 뭔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오늘 봉사시간이 허락하는 시간 안에서 체력이 닿는 한 많은 걸 도와 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맘 먹은 만큼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돌아봐도 부끄러운 시간은 아니었단다. 그 먼길을 돌아오는 동안 땡볕 때문에 등이 너무도 따가웠다며 들어선 아이에게 시원하게 얼음 넣고 갈아 만든 토마토 쥬스를 주었다. 한 컵을 단숨에 꿀꺽이며 들이키던 눈길로 내게 윙크를 한다. "엄마, 그렇게 더운 데서 테이프를 만들었어요. 어깨도 아프고 너무 덥고 찬물도 실컷 마시고 싶었지만 그런 내색 전혀 안했어요. 그런데요. 제가 오늘 느낀 건 그냥 말로는 표현이 안 되어요."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미소진 눈빛이 내 맘을 간지르고 말았다.

딸 아이의 눈빛에서 기억의 서랍을 열고 파일을 하나 꺼내 들었다.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 걸스카웃에서 서대문 충정로 부근 모 고아원 방문이 있던 날이었다. 초록빛 걸스카웃 단복을 입고 단발머리 소녀는 곱게 핀을 꽂고 집에서 출발을 하였다. 가기 전에야 막연한 느낌의 고아원 아이들이란 생각만 가지고 출발했다. 아이들에게 줄 여러 장난감들과 먹거리를 들고 간 곳은 '* * 의 집'이었다. 지금이야 고아원 시설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믿고(?)싶지만 그 때 당시엔 그 고아원 전체에서 청결치 못하게 풍겨나는 냄새 때문에 중1의 나이에 겨우 한나절 머무르던 시간 동안 참 많이도 괴로웠었던 기억이 난다. 그 아이들은 매일 그 곳에서 그 냄새에 젖어 살았을 시간들일텐데 말이다. 겨울철 추운 날씨에 찬물로 걸레를 빨고 구석구석 내 힘닿는데 까지 열심히 청소를 했던 생각이 난다. 청소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미소진 눈길을 보내봐도 어린 나이에 비해 냉정하리만치 무표정한 반응의 얼굴들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내 서로가 탐색하던 어색한 시간도 흐르고 한참을 놀아주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참으로 무거웠다. 입술가 들썩이다 살포시 웃으며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빛에선 지금 생각해봐도 '또 나를 잠시 잠깐 동정하다 떠나겠지?' 라는 마음을 들어낸 눈빛은 아니었는지 맘이 아파 온다.

지금이야 어슴프레한 기억의 저편이지만 그 때 그 아이들의 눈빛은 고아라는 단어만 보아도 아픔으로 떠오르는 시간들이 되었다. 우리는 결손가정이나 고아출신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성정해서 사회의 거목(巨木)으로 자란 사람들을 보면 함께 기뻐하는 심성을 가졌다. 그런데 방송이나 신문지상에서 가끔 사건사고가 나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죄를 지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음을 유난히 강조를 하며 우리들의 반성은 뒤로 감추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화를 돋우게 된다.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도록 놓아두고 그들에게 보이게 안 보이게 상처를 줘서 온 마음에 옹이진 삶을 살게 만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우리들 잘 못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강산이 세 번은 변했을 시간이 흘렀다. 그 때 안아 주었던 그 아이들도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엄마, 아빠가 되어서 잘 살고 있겠지? 자신이 겪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으려 열심히, 그것도 아주열심히 말이다.

의무적이던 자율적이던 오늘 딸아이가 가진 봉사활동 첫경험은 장애우에게 한 발 다가가는 용기를 배웠던 날일 것이다. 장애인을 '장애인'이라고 부르고, 일반인들은 '예비 장애인'이라고 부르자는 말에 나는 개인적으로 전적 동감을 한다. 지금 정상인이라고 불리는 우리들은 느닷없이 다가설지도 모를 불행 앞에 언제나 노출되어있는 '예비 장애인'이라는 말이다. 그분들을 대하는 태도에 지나친 거부감도 지나친 친절도 서로에게 부담이 되므로, 함께 어우려져 살아가야 할 그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태도라는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전해주며 대화를 마쳤다. 딸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그 옛날 내가 그랬듯이, 오늘의 작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 스스로의 삶에 때로는 용기로 또 때로는 반성할 시간들로 자리 잡기를 바람해본다.

2004. 07. 23.

- 잠시 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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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슨 봉사를 한다고 하면 사회의 저명인사들이 떼로 몰려가서 사진이나 찍고 매스컴에 보도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었는데...오히려 마음 아프게 해주고 오는..
그래요 그들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할 이웃이지요..이은영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씨를 읽고 갑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봉사할동 참 좋은일입니다
바로 나자신도 돌아볼수있구요
이은영님의 마음 헤아리고
갑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가 내립니다. 마음에도 비가 내리길 바랬습니다.
거리가 씻기우듯 제 맘속의 티끌을 씻어내볼 수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고운 꿈길이시길요~~  ^^*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모두가 보이지 않는 장애인임을 자각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시선으로
그들과 진정한 마음으로 교감해야할 것을 인식하고 갑니다 ...!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늘빛이 고와서 입가 저절로 미소 지어지는 아침입니다.
한 주일이 오늘 아침 하늘빛만 같기를 바라며,
다녀가신 서봉교 시인님, 김석범 시인님, 오영근 시인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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