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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에 대한 단상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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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112회 작성일 2006-06-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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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뒤편에 앉은 친척단위의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 떠들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나이의 고하와 성별의 구분 없이 모인 것으로 보아, 짐작컨대 집안의 누군가에게 축하할 일이 있어 모인 듯하다. 그런데 음식점에 ‘금연’이란 단어를 찾지는 못했지만 요즘 어딜 가나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거의 불문율처럼 되어가고 있는 시점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모인 사람들 중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줄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데 에어컨 바람에 날려 끊임없이 밀려오는 담배냄새로 인해서 음식 맛도 사라지고 기분까지 망쳐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스레 울려대자 줄담배를 피우던 남자가 전화를 받다말고 목소리 톤을 높이며 말을 했다. “뭐? 누가 죽었다고?” 갑자기 그 주변 친척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들려온 말소리로 인해서 그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의 인생역정을 단순하나마 알게 되었다.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어 매일 술독에 빠져 살던 어느 날 견디지 못한 아내가 급기야 자식들 둘을 두고 몇 년 전 재산을 다 털어서 도망을 쳤고, 아이들 때문에 그 아내를 찾아서 다시 합친지 불과 수개월 만에 죽었다는 것이었다. 맨 날 술 먹고 그러고 살았으니 건강인들 남아 있을 리도 없을 것이라며 떠드는 사람들 중 누구도, 40대 중반에 운명을 달리한 한 사내의 죽음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들려오지 않았다.

순간 죽음이란 단어에 대해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죽음이란 단어를 생각하다보면 운명이라면 말없이 순응하리라 겁 없이 태연하면서도 한 편 몹시 무서움이 느껴진다. 내가 죽음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염라대왕이나 하느님 앞에서 내 살아생전의 행적에 대해 심판을 받고 지옥에 갈까봐서 무서운 게 아니다. 땅에 묻혀 만년유택 한 채 장만한 후 땅속의 온갖 벌레들이 나를 갉아먹는 상상을 하면, 죽어도 땅에 묻히기 싫다. 이승의 인연에 손놓고 길디긴 잠을 청하며 담긴 나무상자가 하늘로 훠이훠이 날아오르는 영혼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던져지면 얼마나 뜨거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끔찍하기 때문에 난 죽어서 화장(火葬)도 하기 싫다. 그래서 난 죽기가 싫다. 나의 치기어린 죽음에 대한 생각들은 지인들의 핀잔을 듣기 일쑤다.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죽은 뒤에 벌레가 뜯어먹은 들 알 것이며, 불속에 던져진들 느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조차, 사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난 안다. 그런데 그 동안에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이승에서 지은 죄의 인과응보에 의해 저승에서 천국과 연옥, 지옥 어디에 떨어질지 몰라서라고 막연하게 짐작했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 세상 믿지 못할 말 중에 하나가 노인들의 빨리 죽어야지라는 말이라고 들었다. 죽음에 대해서 태연하던 사람이었더라도 누구나 막상 죽음을 마주하고 보면 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살아온 삶이 행복했던 사람은 행복했기에 손놓고 돌아가기 싫을 것이고, 살아온 삶이 서글픈 사람들은 살아온 세월이 억울해서 제대로 한 번 살아보고 떠나고 싶어서일 것이고, 삶이 떳떳치 못한 사람들은 사후의 두려움이 깊어서 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은 자에 대한 살아남은 자들의 평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금이 다 절여왔다.

사후의 심판은 정의로운 신(神)들만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신들의 심판보다 더 가혹한 살아남은 자, 나를 알고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심판이 있었던 것이다. 낯모르는 타인의 죽음을 들어도 애달파 할 일인데, 가련한 한 남자의 삶을 곁에서 어렴풋이나마 지켜보았던 사람들의 평가가 참으로 혹독함에 서글픔이 밀려왔다. 삶이 아무리 굴곡져도 일어서보려고 끝까지 노력하지 못한 죽은 자의 연약한 심성에도 약간의 문제는 있었겠지만, 잘살아보자고 태어난 한 세상 제대로 열매도 맺어보지 못하고 생을 마친 사람에게 동정어린 말 한 마디도 없는 그 사람들의 삶은 정말 누구에게 고백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계속 날아드는 담배연기만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했다. 나 또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야박한 말을 스스럼 없이 뱉어낸 적은 없는지, 내 사후를 돌아보았을 때 나에 대해서 사람들의 평가가 어떨까에 대해 적잖은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에돌아 간 저 건너 삶 속의 누군가에게 그리움을 전하고 싶으면 서슴치 말고 한 줄기 편지도 띄우고, 내 파스텔톤의 미소 한 줄기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 늦기 전에 한 번 더 보여주고, 듣고픈 목소리가 있으면 내일을 기약하지 말고 지금 당장 듣기를 청하고, 아스라한 골목 끝 어귀 돌아가는 어두운 그림자 하나 있으면 뛰어가 안아줄 수 있는 온기(溫氣) 있는 나로 살아가야겠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자리를 일어나 신발을 찾는데 제대로 찾을 수가 두리번거리길 수없이 했다. 평상시 신고 다녀 내 발에 익숙한, 내 스스로 벗어두고 들어간 신발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음식점 종업원에 의해서 높은 곳으로 옮겨져 있었지만 내가 나올 때 바쁜 종업원의 손길은 내 신발을 찾는데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인생 또한 이런 것이 아닐까? 잘 살아내고자 노력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느닷없이 해일처럼 밀려드는 고난에 의해 가로 휘청 세로 휘청거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의 순간이 더 많은 건 아닐까?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그래서 백기 들고 항복하고 마는 일말이다. 죽은 뒤에 세인들의 평가가 뭐에 그리 중요하겠냐 만은 그래도 이왕이면 천수를 다 누린 후에라도 좀 더 살아도 될만한 사람 하나 데려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영면을 취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그 욕심을 이루기 위해서 내 남은 삶의 방향키를 제대로 잡기위한 죽음에 대한 단상을 종종 꺼내봐야겠다.

‘서글픈 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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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지요?  죽음을  두려워  하는 이유도  그렇고  그런줄  알면서도  이생에서의  삶의  색갈을  전혀  고려치  않으면서......  사람들은  무언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막연한  두려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지요.  모든게  작은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왜들  애써  외면하는지......  마음을  비우고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면서,  보답하면서,  그렇게  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데.ㅎㅎㅎ
이은영 작가님!  왕성한  활동에  경의를 표 합니다.    고맙습니다.

박영춘님의 댓글

박영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은영 작가님 ^^*
글 뵙고 갑니다
날씨가 더워요
시원한 한줄기 소나기라도
기다리는 맘으로 다녀갑니다
지치지 않은 오후가 되시어요^^*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인간이 이 세상에 올 때는 엄청난 빚을 지고 오는 것이라지요.자식은 채권자요.아내든 남편이든 철천지 원수라고...그러면서 이 세상을 떠나갈 때는 그 빚의 반도 갚지 못하고 가는 것이라고..
허허..님의 글을 읽으면서 몸이 오싹해져 오네요.나를 아는 사람들의 평가가 무서워서 죽음이 두려운 것이라는 말이...그래요.무덤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듯 짧은 인생 아름다운 날들이 되도록 소중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아까운 사람 너무 일찍 갔구나 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그것도 하나의 집착이요 욕심일 지언정...쓰다보니 횡설수설했네요..의미있는 글에 머물다 갑니다..

전광석님의 댓글

전광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은영작가님 !
오고 가는 것은 자연의 순리 입니다.
죽고 살고 두려움도 문턱을 넘나드는 경험이 있으면 덤덤 해지겠죠...
욕심은 자꾸 안으려 하지만 그것도 버리고나면 고마움으로 아름답더이다.
문득 뵙고싶은 마음이 드는군요...^*^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온 시인님, 박영춘 시인님, 윤응섭 작가님, 전광석 시인님,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못 들렸습니다.
목요일날 퇴원할 수 있겠다는 답을 받고
집에 잠시 들려 다녀가신 향기에
감사한 마음 내려놓고 갑니다. ^^*
햇살 만큼 따뜻한 하루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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