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 - <수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702회 작성일 2006-07-18 13:30

본문

  대전백화점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80년대 중반에 민주화 운동이 한창인 때 힘있고 권력있는 사람과 대전백화점이 관련이 있다하여 화난 민중들이 난동을 부려서 백화점이 폐허가된 건물처럼 되었던 일이 있었다.
  대전백화점이 다시 단장을 하여 재개업을 하여 한창 성업을 할 때이니까 꽤나 오래된 이야기이다. 아내와 나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대전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가기로 하였다. 대전백화점은 당시에 유행하는 옷을 전시도 많이 하고 판매도 하는 전문 의류 쇼핑점이었다. 사고 싶은 옷은 많이 있었지만 우리의 경제 수준에 맞지 않아 눈으로만 구경을 하고 지하 슈퍼에 가게 되었다.

  그 당시에만 하여도 반짝 세일이 처음 시작할 즈음이기 때문에 안내방송에 멘트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우리도 반짝세일에 싸고 싱싱한 물건을 사기 위해 지하 식품코너로 갔다. 삽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 자! 지금부터 반짝세일을 시작합니다. 수박을 판매가격에 20%씩 싸게 드립니다. 자 오천원짜리가 사천원씩 판매가 됩니다. 필요하신 분은 지금 말씀하세요. 지금 사시지 않으면 바로 오천원으로 돌아갑니다. 5분 동안만 세일행사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려고 모여 들었다. 우리도 고르기 위해 이것 저것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 선생님 아니세요? 저 00학교에 다니던 00입니다."
  마이크에 울려서 들려오는 소리는 엄청나게 컸다. 그것도 나를 향해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갑자기 얼굴이 빨간 홍당무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졸지에 나에게로 쏠렸다. 나와 아내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내가 갑자기 준비되지 않은 그자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선생님, 00학교에 근무 하셨지요?"
  "어- 그래요, 근무하였었지~  요."
  "저 그학교에 다니던 00 입니다."
  자세히 보니 순진하고 착한 행동을 하던 녀석이었다. 모진 세월이 이토록 사람을 변하게 하였던가. 이제 당당하고 씩씩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순간 2학년 때 순진하고 착하던 녀석의 모습이 떠 올랐다. 1주일에 딱 한 번 다섯 시간까지 하는 날이 있어서 그날은 학교에서 점심을 먹는 날이었다. 학교에 입학을 하여 학교에 처음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점심을 먹는 시간이기에 아이들은 무척 재미있어 하고, 기다림에 지쳐서  연신 언제 점심을 먹느냐며 두어 시간만 끝나면 거푸 물어보게 된다. 그런데 이녀석은 두 시간을 마치고 배가 아프다며 울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파서 아픈 것이었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학교에 왔다고 한다.

  나는 얼른 아이들을 시켜서 우유와 빵을 사오게 하여 먹도록 하였다. 그러나 녀석은 먹지를 않는 것이다. 다시 불러서 왜 먹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누나와 함께 먹는다고 하였다. 누나 것은 내가 다시 사 줄테니까 먼저 먹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먹기를 시작한다. 이제 2학년이면 생각없이 무조건 먼저 먹으려 할텐데 누나와 함께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하면서 궁금한 생각이 들어 자세히 물어 보았다.

  녀석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뜻이 맞지 않아 아버지는 타지역 먼곳에서 식당일을 하시고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머니 마저 어제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눈에는 커다란 눈물 방울이 얼굴을 타고 턱으로 흘러 내렸다. 더 이상 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누나 것은 내가 사 줄테니까 걱정말고 먹으렴. 오늘 집으로 갈때는 나하고 같이 집으로 가자며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녀석의 집은 보문산 아래 달동네로 도랑가에 있는 조그만 집에 새를 들어 살고 있었다. 살림살이도 보잘 것 없었지만 당장 먹을 쌀이 없었다. 나는 가까운 쌀집에 들려서 쌀 한 말과 라면을 몇개 사다놓고 조금만 기다리면 어머니가 돌아 올 것이라며 위로를 하고, 일단 아버지한테 전화를 하라고 타이른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학습 준비물과 학교 생활에 잘 적응을 하는지 유의하며 살펴보았다.

  그 후 10여일이 지난 후 쉬는 시간에 밖에 손님이 오셨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밖에 나가 보았더니 중년의 아주머니가 박하스 한 박스를 들고 계셨다. 녀석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동안 선생님의 덕분에 가족이 모두 모여 살게 되었다며 무척 고마워 하셨다. 가족이 함께 모여 살게 되었으니 내일 처럼 고맙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기를 몇 번이나 당부하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 선생님은 오늘 공짜로 수박을 드립니다. 가지고 가세요"
  우리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 얼굴만 쳐다보게 되었다.
  "선생님, 가지고 가시라니까요."
  "...... ."

  아내와 나는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주는 수박을 받아들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채 도망치듯 나왔다. 아마 그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빨리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 내가 학교 선생님이라는 것이 여러 사람앞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움으로 다가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제자를 부끄럽게 생각하였을지도 모른다.

  먼 훗날 나는 두고두고 그자리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제자에게 떳떳하게 말 한마디 못하고 도망쳐온 내 자신이 지금까지 늘 부끄럽게 생각을 한다. 이런 때는 종종 법정 잠언집에서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를 읊조리며 마음을 다스려 본다.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당당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그 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보인다.
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입니다. 우연히 보는 안개꽃의 이름이 아닌 최수룡 작가님만의 행복한 기억 말입니다. 그리고 옆에서 읽고 있는 저도 행복해 질 수 있으니,  이것이 수필의 매력인가 봅니다.

박영춘님의 댓글

박영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최수룡 선생님^*^

참 행복하게 잘 읽었습니다
행복은 큰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작은 것으로도 오는 것인가 봅니다
작은 일에
크나큰 행복을 느꼈으니 말입니다
읽고 있는 내내 입가에 미소 짖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그런 기억이 떠오르네요..예기치 않은 곳에서 또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곳에서 불리워졌을 때..못올 데를 온 것도 아닌데 당황하며 부끄러웠던 기억이..아마도 한푼어치의 가치도 없는 체면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삶에 당당하고 열심히 사는 것은 진정 축복이요 최고의 복이거늘 그때는 무에 그리 부끄러웠는지..최작가님의 글을 보며 내 자신을 돌아 보고 갑니다..아직도 나는 그런 것은 아닌지 하며...건필하세요..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슴을 잠기게 하는군요...
자신을 돌아보고 그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더 없이 행복한 마음이라 생각 됩니다
감명의 글 새기고 갑니다....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근호 발행인님! 귀한걸음 하셧네요. 은근한 칭찬에 부끄러워 집니다. 앞으로 더욱 잘 쓰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영춘 시인님 다녀 가시면서 좋은 글 남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행복은 내 주위 까운 곳 작은 곳에서 찾도록 하겠습니다. 과분한 칭찬의 말씀 오래도록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응섭 작가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군요. 그놈의 체면이 무엇인지?
항상 들리셔서 조언의 말씀 항상 감사드립니다.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석범 시인님 다녀가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인님의 글에 자주 찾아 뵙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더욱 노력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건필하시길요.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38건 1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38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8 2008-08-14 4
37
화려한 외출 댓글+ 3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3 2008-05-26 3
36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2 2008-01-22 2
35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5 2008-01-22 1
34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8 2008-01-22 1
33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4 2008-01-21 2
32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7 2008-01-13 4
31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7 2007-10-31 4
30
갱시기 예찬 댓글+ 5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9 2007-07-16 0
29
산책의 즐거움 댓글+ 6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8 2007-06-30 0
28
음주 입문기 댓글+ 5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7 2006-12-06 1
27
安分知足 댓글+ 5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8 2006-12-03 3
26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4 2006-11-22 1
25
어머니의 반지 댓글+ 5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3 2006-11-13 0
24
댓글+ 2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2 2006-11-05 0
23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9 2006-10-27 1
22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1 2006-10-16 0
21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8 2006-10-09 1
20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6 2006-09-18 1
19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5 2006-09-04 1
18
산사 체험 3 댓글+ 8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2 2006-08-25 1
17
산사 체험 2 댓글+ 1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6 2006-08-25 5
16
산사 체험 1 댓글+ 2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5 2006-08-25 0
15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6 2006-07-31 0
14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3 2006-07-24 5
열람중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 2006-07-18 0
12
체벌 - <수필> 댓글+ 6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3 2006-07-04 1
11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8 2006-06-28 0
10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7 2006-06-14 1
9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0 2006-06-05 3
8
아내 - <수필> 댓글+ 7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3 2006-05-29 1
7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7 2006-05-26 0
6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9 2006-05-21 0
5
탄원서 - <수필> 댓글+ 5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6 2006-05-13 4
4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0 2006-05-08 2
3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3 2006-05-04 2
2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3 2006-04-30 0
1
인사드립니다. 댓글+ 7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5 2006-04-21 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