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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체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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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855회 작성일 2006-08-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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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 체험 1
                                                                                      月峯 / 최수룡
다리를 절룩이며 현관으로 반바지를 입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아내의 눈은 단번에 벌겋게 부풀어 오른 무릎에 고정 되었다. 아내는 “얘, 너 아빠 무릎을 좀 보렴.” 하며 둘째를 부른다. 아내와 자식은 신기한 듯 벌겋게 부어 오른 무릎을 보며 “얼마나 고생을 하여서 무릎이 다 벗겨진 거야.”하며 깔깔대며 웃는다. 나는 멍하니 웃기만 하였다.

내 나이 50대 중반 이제 조금만 더 나이가 들면 힘든 체험활동은 어려우리라 생각을 하고 방학하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체험활동을 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체험활동을 하더라도 앉아서 하는 연수활동 보다는 몸으로 활동하는 곳을 유심히 찾았다. 이는 방학하기 전에 나태한 활동과 무기력한 나 자신을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이었다. 몇 군데를 찾아본 후 나는 산사에서 실시하는 수련회에 참여 해 보기로 하였다. 이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 망가져가는 나를 찾아서 참회와 번뇌의 고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발우공양과 108참회배와 반야심경 사경체험(반야심경을 쓰면서 절하기), 삼보일배, 좌선수행 등의 과정이 내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에 간편한 복장과 세면도구를 간단히 챙겨오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원래 성격이 꼼꼼하여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배낭은 가득 채워지게 되었고, 아내는 은근히 더운 날씨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힘들면 돌아오라고 몇 번을 당부하는 소리를 뒤로 하며 계룡산 갑사로 떠났다. 가는 중간 중간에 수련회에 참여하는 수련원생들이 가끔 보였다. 등록을 하고 배부해 주는 셔츠와 추리닝을 받아서 숙소에서 갈아입었다. 크기는 맞지 않았지만 군대 입소하는 기분으로 가지고 간 배낭을 정리하는 순간에 입제식을 한다며 모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주지 장곡스님은 계룡산 갑사의 유래와 국보 및 보물에 대한 소개를 자세히 해 주셨다. 그 중에서도 1,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없이 꿋꿋하게 서 있는 당간 지주는 조상들의 지혜와 훌륭한 기술이 있었기에, 현재의 포항제철이 세계적인 철강회사를 일구어 낸 것임을 포스코의 연구진들을 통해 민족의 자긍심을 펼치려는 시도에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일주문과 불이문을 통해 불계로 들어왔으니 수련생 여러분은 속세에서 모든 욕심을 버리고 대도무문을 찾으시는 삶의 진리를 찾으시길 기원하셨다. 대도무문 여기에 문 없이 큰 도가 있으니 이름하여 무애자심(無碍子心)이라 한다. 무애자심은 무엇이던고? 문이 없는데 들어가고 길이 없는데 가는 고로 대도(大道)라. 감명 깊은 특강을 듣고 식사를 하기 위해 공양간으로 갔다.

저녁 공양을 마치자마자 수련생들은 강당에서 조별로 모이게 되었다. 이제 108 참회배하는 시간이다. 상대방을 위해 공손히 절을 108번 하는 것이다. 강당 안의 더운 열기는 그냥 앉아 있기만 하여도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앞에 앉아있는 30대 초반의 여자 수련생은 마냥 미안하였는지 눈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고 마루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용관스님의 죽장 치는 소리에 맞추어 절을 하기 시작하자 같은 속도로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몸이 뚱뚱한 편이기에 속도에 맞추어 절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절을 하는 순간에 몸이 흐트러지고 기우뚱 그려졌다. 땀은 비 오는 듯 흘러 내렸지만 땀을 닦을 시간도 없었다. 일그러지는 고통을 앞에서 바라보고 앉아있는 수련생을 통해 나의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내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을 느낄 때 쯤 죽장의 소리는 더욱 빨라지는 듯 속도감을 느끼면서 나의 몸은 더욱 흔들렸고, 앞에서 나를 바라보는 여자 수련생의 얼굴표정이 너무나 딱하다는 느낌을 받을 즈음 반배의 죽장소리가 나며 그치게 되었다.

호흡도 몸의 흔들림도 극한 상황으로 치달으며 다가오는 안도와 함께 온몸의 땀을 닦으며 상대방의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왜 내가 상대방한테 절을 받아야만 하는지, 왜 이토록 고통 속에 누구를 위해 절을 하는지, 진심을 다하여 하는 절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온갖 상념이 뇌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기나긴 시간 속에 문득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는 1년에 절에 한두 번 정도 가셨었다. 머리 위에는 공양할 쌀자루를 이고 손에는 참기름을 들고 가시는 것을 내 어릴 때 가끔 보았다. 절에 다녀오시고 난 다음에는 몇날 며칠을 끙끙 앓으셨다. 오금을 제대로 펴지 못하여 기어 다니시는 것을 보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통을 느끼면서까지 절을 해야 하셨는지 몰랐다. 막연히 절에 가면 절을 무척 많이 해야 하고, 아마 쓰러지도록 해야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고통스런 모습이 고통 속에 절을 하는 수련생과 겹쳐 보이며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길 마음속으로 함께 간절히 빌어 주었다.

수련생들이 수련회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자기소개 하는 시간이다.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과 관련하여 나를 찾아서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수련생들은 70여명 이었지만 전국 곳곳에서 함께한 자리였다. 특히 나와 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고 20대 젊은이들부터 3~40대가 가장 많았다. 이 무더운 여름에 남들이 흔히 가는 해수욕장이나 유원지를 찾지 않고 이곳에서 나를 찾아 자기의 생활을 반성도 할 겸 바쁘게 사는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수련함으로써 정진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새삼 그들의 삶에 찬사를 보내게 되었다.

원래 수련회를 시작할 즈음에는 짬이 나면 간간이 생각나는 아름다운 시상이나 느낌을 메모도 하고, 시집과 수필집을 읽으려고 챙겨서 왔지만 너무나 꽉 짜여진 일정으로 여유가 없었다. 메모장에 메모를 하려고 하였으나 너무나 피곤하여 숙소의 뒤편에 간이식으로 만들어진 샤워장에서 군대식으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들어오니, 벌써 수련생들은 수련활동이 너무 어려웠는지 모두 불을 끄고 벌써 코를 고는 사람도 있었다. 꼬맹이들의 장난치는 소리에 신경이 쓰였지만 내일을 위해 빨리 잠을 청하였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그동안 무계획적이고 나태한 생활이 이번 짧은 체험활동 기간에 많은 변화를 기대하며 내일을 위해 빨리 잠을 자야한다. 하지만 더욱 정신만 맑아지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마음을 비우러 온 것인지 채우러 온 것인지, 번민하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밤새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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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태원님의 댓글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매일 108배를 해 볼까 합니다. 절을 하면서  치성하게 일어나는  아상을  지워 볼까 합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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