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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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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2건 조회 2,196회 작성일 2006-08-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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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들렸다가 안방 문갑 위에 놓인 난초에 눈길이 머물렀다. 꽃이 핀 듯 만 듯 다소곳하게 피어서 자신의 향을 내어놓는 난초가 꽃을 피웠기 때문이었다. 세상 사물 제 각기 다 나름의 향기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 기호하는 향기는 다를 것이다. 고운님에게서 받은 장미 향기가 좋다는 사람, 엄마의 앞치마에서 나는 엄마 냄새가 좋다는 사람, 젖은 머리칼에서 풍겨 나오는 여인의 싱그러운 샴푸향, 한 입 덥석 깨물은 풋풋한 사과 향까지 말이다.

또 사람들은 싫어하는 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향이라 하지 않고 냄새라 한다. 복잡한 버스 안에서 짙게 풍겨 나오는 화장품 냄새, 땀 냄새와 범벅이 된 지독하게 뿌린 향수 냄새, 술에 찌든 냄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은 은은하다는 것이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이라고 누구나가 싫어하는 향은 지나침에서 나오는 향이다. 한 듯 만 듯한 화장기에서 풍겨 나오는 향은 다시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게 되고, 열심히 일한 후 배어나온 땀 냄새와 살짝 섞인 남성용 스킨 향은 열심히 산다는 것이 무언지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좋다.

이런 만큼 사람도 저 마다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다른 사람이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닌 자기만이 가지는 고유한 향은 분명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남의 향기를 흉내를 내는 어리석음은 사라졌으면 한다. 유명 연예인이 쓰는 화장품이라 해서 나에게도 똑 들어맞으란 법은 없다. 나를 돋보이기 위해서 품위 유지비를 들인 결과가 때론 나 자신을 낮추게 되는 결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대학졸업 후부터 큰 아이를 낳을 때까지 대학 은사님의 소개로 석 삼년 정도 붓글씨를 배우러 인사동 골목 초입에 있는 구당 서예학원으로 붓글씨를 배우러 다닌 일이 있다. 지금 붓글씨를 가르치시던 구당 선생님은 고인이 되셨고, 당구장으로 변한 자리를 바라보며 지나치려면 그 당시 시절로 돌아가 서있는 내 모습이 보이곤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접었던 붓글씨에 대한 미련은 또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문득문득 아우성을 치곤하기 때문이다.

그 때 난 墨香(묵향)이란 걸 처음으로 알았다. 막연히 붓글씨는 먹으로 쓰고 글자는 검은 색이요, 흰 것은 종이라는 아무런 차이도 느끼지 못하면서 대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墨(묵) 마다 내는 향이 다르고 같은 검은 빛깔이라고 다 같은 검은 빛이 아님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墨(묵)이 상한다는 사실도 그 때 알았다. 이러한 墨香(묵향)은 천년을 간다고 하던가? 그건 아마도 글씨를 써내려간 사람의 향기가 담긴 혼이 들어있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언젠가 구당 선생님께서 붓글씨는 글씨를 써내려간 사람의 향기가 들어있는 것이기에 먹을 가는 뒷모습만 보아도 그 날 글씨를 쓰는 사람의 글씨에서 향기가 날지 아닐지를 알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가끔 생각난다.

먹을 갈면서 사람들은 정신수양을 한다. 오른 손으로 먹을 갈면서 다른 왼 손으로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오른 팔을 겸손으로 가벼히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먹은 너무 힘주어 갈면 안 되고, 천천히 가볍게 그리고 둥글게 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원을 자꾸 그리다 보면 마음도 어느 새 뾰쪽빼쪽이 없는 둥그런 마음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전 날 쓰다 남은 먹물이 아무리 많아도 다시 새로이 먹을 갈아서 쓴다. 붓글씨에서 풍겨 나오는 품위도 품위지만 墨香(묵향)이 좋아서 묻혀 사는 분들도 사실 많다. 저마다 좋아하는 향기에 묻혀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름대로 좋아하는 향기를 찾아서 말이다. 꽃향기도 좋고, 사랑을 찾아 떠나는 애절함의 향기도 좋고, 찻잔에 담기 커피향이라도 좋고, 하루를 열심히 보낸 생선 비린내를 풍기는 열정적 향기라도 좋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淨(정)한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두고 微塵(미진)도 가까이 않고 雨露(우로)받아 사느니라'시던 이병주 시인님의 난초 시를 떠올리며 문갑 위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는 동양란의 자태를 墨香(묵향)을 벗 삼아 눈동냥으로 배운 난이라도 쳐보면 더 없이 향기가 나는 하루가 될까?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손길이 다정한 사람 냄새라면, 향기가 아닌 냄새라도 어떠랴. 조용한 시간에 난향에 마음 빼앗기고, 나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날까를 생각하다 피식 새어나온 웃음이 서둘러 허공으로 뜨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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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은영 작가님 더위에 안녕하시지요?
저의 글에 정감과 재치 넘치는 멘트를 해주셔서
건필하심을 알고는 있었는데...
또 멋진 글을 올려 주셨네요.
내가 글을 읽으면서 품위있고 우아한 사람이 된듯합니다.
좋은 글에 심취되어 향이 오래갈 듯 합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만물에 향기가 있듯 사람에게도 깊이 간직된 각자의 향기....    그 향기에 따라
생명을 죽이거나 살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윽한 난향처럼...오래동안 가슴속에 보존되는 그런 사람의 향으로 남고 싶을뿐입니다.. 허공, 속이 꽉찬 바람이 또 지우기전에 감상 잘 하고 얼른 떠납니다...^^~

김춘희님의 댓글

김춘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아침 이은영 작가님의 글을 뵙고 마음이 참 향기로웠네요.
묵향을 본 순간 저도 스승님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먹은 새심으로 원을 그리며 갈아야" 한다고 그렇지요.

검다는 한가지 색으로만 알고 있겠지만
그 안에는 여러 빛깔 낼 수 있는 마력이지요.
각자마다 여러가지 색, 향을 가지고 사는
참다운 색과 향을 내는 것이 아름다움이겠지요.
교훈적인 글 잘 감상했습니다.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은영작가님께 배울점이 참많은 것 같습니다
교훈얻어가는 아침입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무어라 말씀드려야 할지
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내요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수룡 작가님, 승리하셨군요? 올 여름 더위와의 한 판 승부에서 말이예요..축하드립니다. ㅎ~ ^^*

김석범 시인님, 하늘이 높아진다는 가을이 오고 있어요. 올 가을 풍성한 詩心의 수확이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꾸벅!! ^^*

김춘희 시인님, 동양의 문화는 정적이라서 그 향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몸보다 가슴으로 더 많은 걸 느끼게 되서요. 다녀가신 발길 감사드립니다. ^^*

박민순 시인님, 내려놓으신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냥 주신 말씀 믿고 싶어지는 거 있죠? 모과차 한 잔 보내드릴게요. 오늘 피로 싹 풀고 주무시길요^^*

금동건 시인님, 고운 발길로 다녀가셨네요. 다가오는 가을 행복 한 아름 거두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

오영근 시인님, 오늘 밤도 달빛 내리는 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 여유로운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

오형록 시인님, 너무 취하시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 남겨주신 향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전 * 온 시인님, 늘 겸손하신 모습에 감동 받고 많이 보고 배우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환절기 고뿔 조심! 아시죠? ^^* 

김영배 시인님, 다녀가신 발자욱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쟈스민차 한 잔 놓고 갑니다. 향그러운 저녁되시길요~~ ^^*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옥자 시인님,
다녀가신지 오래되었는데, 죄송합니다.

어느 덧 가을이 놀러온 모양입니다.
가을 햇살 아래 곱고 행복한 사연들만 바구니에 한아름 담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 환절기 고뿔 조심하시구요. 아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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