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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벽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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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2,602회 작성일 2006-09-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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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벽 가는 길







나는 여름날 일요휴일이면 가끔 혼자서 숨은 벽을 찾는다. 북한산의 인수봉과 백운대 암봉(巖峰) 사이에 아찔하기 짝이 없는 가파른 바위산이다. 사람들의 눈에 쉽게 뜨이지 아니하고 숨어 있는 벽처럼 가파르게 생긴 산이라서 숨은 벽이라 부른다.

숨은 벽 가는 길에 밤골계곡이 있다. 태초의 원시림을 제법 닮은 데가 있는 그런대로 인적이 뜸한 숲과 계곡이 그곳에 있다. 길 따라 능선을 넘고 또 넘어서 진초록 녹음을 파고들어가노라면 계곡 옆에 서너 평 남짓한 바위마당이 나타난다. 수하암반(樹下巖盤)에 정좌하고 두 눈을 감으면 저절로 신선이 되어 대자연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초록 숲에 귀 기울여 듣고 있노라면 조잘대는 옥계(玉溪)의 물소리는 금강초롱을 닮은 보랏빛 수다다. 풀밭 속에 가득한 청량(淸亮)한 찌르레기울음은 깨끗한 소프라노 음색의 사랑노래다. 찌르르 찔찔 찌르르 찔… 녹음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실바람은 맑고 보드라워 아내의 속살같이 너무 정겹다.

숲에서 들려오는 산새소리는 첫사랑고백처럼 수줍다. 검은등 뻐꾸기가 짝을 찾는 소리는 유혹의 노래다. 󰡐홀딱 빠졌다󰡑의 다섯 음절의 두견이와는 달리 그 소리는 네 음절의 소리로서 ‘듣고 싶은 대로 들리는 소리’라 하던가. 내 귀에는‘홀딱 벗고’로 들린다. 홀딱 벗고 사랑을 나누자는 고백으로 들린다. 그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휘파람으로 홀딱 벗은 내 마음을 음표에 실어 보낸다. 그러면 검은등 뻐꾸기도 리듬에 맞춰 응석어린 사랑의 에코를 보내온다.

수목(樹木)과 실바람, 들꽃과 나비, 방초와 풀벌레, 푸른 이끼와 바위, 햇살과 초록그늘, 꿀벌과 개미, 소(沼)와 리듬, 다람쥐와 산새들…의 절묘한 조화가 있는 그곳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바람소리·산새소리·물소리·풀벌레소리 소리소리는 숲속 초록빛환상곡이다. 숲에서 들리는 이 노래 저 노래는 하나같이 사랑의 세레나데이다. 신비한 음색과 화음으로 멋들어지게 조각된 그 소리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없는 감미로운 소란이고 숲속 사랑의 합창이다. 나무는 흔들흔들, 풀잎은 나풀나풀, 꽃은 한들한들, 나비는 너울너울, 벌들은 윙윙… 그렇게 춤들을 춘다. 숲이 펼치는 향연이다.

그 모습은 정열이요 생명이다. 사랑이요 평화다. 숲속 가족들은 인내하고 희생하며 친절과 겸손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꾸미고 산다. 그들에겐 오만과 편견이 없고, 이기와 교만이 없다. 그곳에는 거짓이 없고 진실만이 존재하는, 정연한 질서 속에서 조화로운 성숙과 영원이 펼쳐지는 이타의 세상이다. 우리가 꿈꾸며 동경하는 세상이다.

나는 종종 초록 짙은 여름날 숨은 벽 가는 길에 홀딱 벗고 한 포기 인초(人草)가 되어 밤골 숲의 품에 안겨 적심(赤心)으로 성숙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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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조용원님의 댓글

조용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해영 작가님 반갑습니다. 항상 인자 하시고 문단을 위해 열심히 노력 하시는 모습 우리들이 본 받아야 할 점 들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건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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