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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털이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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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2,319회 작성일 2006-10-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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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렸던 아침하늘은 어느 새 저 멀리 달아나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무등을 즐기는 시간에 경복궁 옆을 지나다 가을걷이에 한창인 모습을 보았다. 복잡한 서울 하늘 아래 가을걷이가 무슨 말일까 싶지만 때가 되면 알아서 내어놓는 자연의 숨결 앞에서 거둬들일 수확물은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사슴을 닮지는 않았지만 멋없이 나름대로 긴 목을 빼고 주위를 응시하다보니 거리에 즐비한 은행나무들 중에서도 유난히 은행 알을 조롱조롱 달고 있는 나무아래 빨라진 손놀림들이 보였다. 일년을 애써 가꿔오던 몫을 한 알, 두 알 툭툭! 떨구며 아직은 제 스스로 털어 낼 준비를 채 마치지도 않았는데 가을걷이에 마음 바빠진 사람들은 얄궂게 그 나무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장대로 치다말고 욕심을 무기로 기어코 발로 차고 마는 인간의 발길질에 아픔을 토해내는 후두둑 소리가 참으로 정겹다.

은행나무를 바라보다 나의 인생을 한 살이로 생각하다보니 오늘 하루도, 또 올 한해도 인생의 수확기는 아직 아니었다. 아직은 가꿔 가야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았음에 자만(自滿)스런 미소를 깃들이고 만다. 내 인생의 수확기에 튼실한 열매로 남겨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새초롬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버거운 세상살이 손놓고 돌아가는 날 누군가의 발길질에도 나눔의 몫을 실천하는 보다 큰 사람이 되려면 누구를 만나든 매일 매일의 만남을 통해서 내 인생의 자양분으로 쓸 수 있는 무언가를 수확해야하는 것이다.

어떤 만남이든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설 때 그 사람에게서 평화를 훔쳐올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귀동냥으로 한껏 지식을 부풀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받는 거 없이 무조건 예쁜 사람이 있고, 함께 마주하면 막걸리 한 사발을 떠올리게 되는 푸근한 고향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마주앉은 것만으로도 내 가슴에 행복을 일렁이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정신적 자양분을 얻어올 수 있는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지, 물질적으로 나눠 갖는 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누군가가 나에게서 잠시의 만남 속에서라도 이런 수확을 거둬갈 수 있는 그런 사람 중에 하나여야 그 만남은 길이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남과 여가 만나든 친구를 만나든 스승과 제자가 만나든 부모 자식간에 만나든 사람과의 만남에 한쪽에서 조급증이 생겨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욕심이 고개를 드는 날에는 아니 만남만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남이 어디 꼭 아는 사람들에만 한정될 것이며, 얼굴을 대면해야만 만남이랴. 잘 못 걸려온 전화기에 잠시 들려주는 친절한 목소리도, 지하철 안에서 발을 밟히고 난 후의 미소도,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가는 사람의 뒤에서 물건을 받쳐주는 것도 만남은 만남인 것이다. 순간 스치는 만남이지만 소중한 수확거리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만남임을 기억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쯤 낮에 가을걷이에 열을 올리던 사람들은 가족들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은행털이를 하던 순간을 자랑삼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 은행알을 주워다가 고약한 은행냄새를 가족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당당히 견뎌내고 얻은 수확이니, 딱딱한 겉껍질과 속껍질을 까서 탈탈 털어 먹어보면 어떤 맛이 날까? 쌉싸름한 맛이 날까? 고소한 맛이 날까? 가을맛이 날까?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은행빛 가을맛이 날까?

그런데 그 은행털이를 무사히 마치고 주워가던 사람들이 그 은행나무에게 한 해 동안 수고했다며 감사의 말이라도 한 마디하고 그 자리를 떠났을까?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은행을 볶아서 껍질을 벗길 때는 불에서 갓 나왔을 때 껍질을 벗기기가 가장 수월한 것처럼 말이다. 겸손하고 겸양한 은행나무가 감사의 말을 바라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서 어떠한 형식으로든 베품을 받았으면 감사한 마음 한 줄기 쯤은 그 순간에 바로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할 수 있어야겠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말이다. 내가 대신 이 자리를 비러 은행나무에게 한 감사하고 싶다. '한 해 동안 수고 했네. 정말 애 많이 썼네.’라고 말이다.

소중한 만남에서 하루하루 거둬들일 수확을 생각하면 더 이상 게으를 시간은 없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만남을 통해서 너와 나, 서로가 얻은 소중함들을 제대로 저장해두었다가 수확기가 되면 더 많이 내려두고 갈 차비를 서서히 해두어야한다. 내 인생의 수확기가 되면 나도 은행나무처럼 후두둑거리는 소리를 나눔의 몫으로 정겹게 남겨둘 그 무언가가 있기는 있을까? 잠시 생각이 머뭇거리는 동안 눈에 띄지 않던 새 한 마리가 포르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고 있었다.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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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해의힘들려 맺은 열매를 따는 그내들
말은 할수없는 나무라할지라도
고마음 마음을 전하여야 하겄지요
우리가 셰상을 사는동안 많은사람을 만나지요
그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희망이되여
영원히 헤어 진다고 할지라도 그들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수있게.....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눈에 띄지 않던 새가 포르르 뒤돌아 보지않고 날아간듯이
매년 글속의 서둘은 가을겆이 때문에 여기도 밤. 감. 대추를 따려다 영글음을
기다리다보면 벌써 누군가 풋 열매를 다 따가고 ....
그래서 나는 뒤돌아 보지않고 날아간 새가 되어지곤 하지요
말리지도 못하고 무모함을 고지하지도못하고 해봐야 않함만 못하고 이생각 저생각으로 보지않고 떠나는 새가 되고 맙니다  감사합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깜짝 놀랏습니다
은행털이라해서
ㅎㅎㅎㅎ 요즘 은행털이 한창이겠군요
멋진글 구경하고 갑니다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은행털이 하시는 모습
새벽에 허리굽혀 떨어진 열매를 한 알 두 알 줍는 모습 지난 여행에서 보고
생각에 잠겼던 일입니다 고운 글 읽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갑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영배 시인님, 영원히 헤어진다고 할지라도 그들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게~~... 사알짝 내려놓고 가신 말씀 감사의 말씀 드리고 살짜기 주워가렵니다. 남겨주신 흔적에 감사드립니다. 고운 꿈길이시길요~~^^*

최경용 시인님, 기다림의 미덕을 잃어가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자식들 공부도 기다림보다는 독촉을 미덕으로 아는 부모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서글퍼집니다. 내려놓고 가신 말씀 가슴 깊이 새겨두고 시시때때로 약으로 삼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1^^*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금동건 시인님, 하! 은행털이를 생각하셨나요? 저도 사실은 글 제목을 어떻게 쓸까 고민고민하다가 올린 글입니다. 은행털이... 요즘 새벽이면 낙엽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지요? 새벽에 드시라고 홍삼차 한 잔 내려놓고 갑니다. 환절기에 늘 건강 조심하시길요~~ ^^*

박명춘 시인님, ㅎㅎ~~,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남겨주신 말씀에 한 바탕 웃으면서 오늘 하루 피곤을 말끔히 씻어내고 말았습니다. 앗! 벌써 시간이 12시를 넘어서 어제가 되었네요. 새 아침 즐거운 일만 생기시길 바랍니다. ^^*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옥자 시인님, 법으로 금하네 어쩌네 해도 저보다는 훨씬 부지런한 사람들이 주워가는 거겠지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은행 한 알씩 나눠드리면 가슴에 은행 하나씩 가진 부자가 될까요? 김 시인님, 늘 건강 조심하셔야 해요. 아셨죠? ^^*

강연옥 시인님, 글보다 더 고운 꼬리글을 남겨주셨사와요.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요. 한참 고민하다가 작은 미소 한 줄기 내려놓고 갑니다. 새 아침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꿀차 한 잔 놓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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