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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2,532회 작성일 2006-11-0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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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
                                                                                    月峯 / 최 수룡

내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 살았던 고향은 골짜기 마다 매화꽃이 만발하고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피는 梅谷面 소재지에 살았다. 면소재지 동네이기에 동네가 꽤나 컸다. 그리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은 서로가 입소문으로 동네 모든 사람들이 알고 기쁠 때나 슬플 때 서로가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인정 많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황악산과 민주지산 삼도봉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동네 앞 냇가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 늘려 있어서 미역감과 고기잡이 하는 데에는 안성맞춤이었고, 뒷동산은 아름다운 꽃들이 사계절 만발하는 전형적인 산동네이었다.

내 고향은 옛날부터 감과 호두, 밤, 대추가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상촌면 물한계곡에서는 참나무 껍질과 약초 그리고 산나물을 뜯는 사람들로 산을 많이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동네도 감나무가 집집마다 워낙 많기에 새벽 일찍 홍시를 주러 동네 언니들과 함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홍시 떨어진 것을 줍는 것이다. 떨어진 홍시가 상하지 않도록 잘 챙겨서 집으로 가지고 왔던 기억이 난다. 내 바로 위의 누님은 동네 친구들과 새벽 일찍 약속을 하여 홍시를 주러 갈 때면 나를 따라오지 못하게 하였지만, 막무가내로 억지를 쓰면서 울며 따라 다녔다. 그리고는 주운 홍시는 보기 좋게 광주리에 차곡차곡 쌓아 홍시가 늘어나는 재미로 이맘 때 쯤 이면 해마다 주러 다니던 기억이 난다. 집집마다 감나무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사투리로 쓰는 말들이 참 재미있었다.

감의 종류로 따발이, 둥구리, 뾰조리, 먹감, 월화 등 우리들이 흔히 부르는 이름이었다. 감의 모양을 살펴보면 따발이는 납작한 감으로 씨가 많은 편이며 홍시로 먹었다. 둥구리는 둥그스럼한 모양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감으로 주로 이 감은 홍시와 삭혀서 먹으면 대단히 맛이 있다. 뾰조리는 감의 크기가 작은 편이고 말 그대로 감의 모양이 뾰족하게 생긴 감이다. 이 감은 주로 곶감을 만들 때 사용을 주로 한다. 뾰조리 감은 대체적으로 작기 때문에 씨가 없어서 제사상에는 올리지는 않지만 곶감으로는 무척 달고 맛이 있다. 먹감은 감의 겉모습에 검은 색의 반점이 있는데 이감은 홍시로 하여 먹으면 참맛이 있다. 월화는 장독에 따뜻한 물을 넣고, 된장을 풀어 감을 가득 채워둔 후 하루 정도 방안의 아랫목에 두꺼운 이불을 덮어서 따뜻한 상태에서 하루 쯤 삭혀서 꺼내어 먹으면 참 맛이 있는 감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십리 정도 떨어진 골안이라는 산기슭에 우리 감나무와 밤나무 단지가 있었다. 감이나 밤을 따러 갈 때는 온 식구가 함께 간다. 우리 집에서 너무나 멀기 때문에 점심을 준비하여 가지고 간다. 집에서 먹는 밥보다 감이나 밤을 힘들게 따고 난 다음에 먹는 밥은 너무 맛있었다. 특히 삶은 계란을 멸치조림과 김치를 함께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그 후 여러 번 먹어 보았지만 그때의 맛은 도저히 맛볼 수가 없었다. 감보다는 먼저 밤을 따게 되는데, 우리들은 밤을 털 때 주로 알밤을 줍고, 벌어진 알밤은 양쪽 발로 밟아 벌려서 꺼낸다. 그러나 밤송이는 일일이 그곳에서 다 꺼낼 수가 없기 때문에 밤을 털고 난 다음 한 곳에 모아서 가마니에다가 밤송이를 가득 발로 밟아 가며 담는다. 가득 채워진 밤송이는 잎이 달린 밤나무 가지로 입구를 막아서 단단히 묶는다.

그래서 소의 등에 양쪽으로 두 가마씩 네 가마니를 얹고, 아버지는 지개에 밤을 한 가마 지고 우리는 알밤 주은 것을 통에 넣고 산길을 따라 집으로 오는 것이다. 오는 길이 멀기도 하였지만 너무 무겁기 때문에 항상 쉬는 곳이 두어군데 있다. 그 곳 쉬는 곳에는 보리수나무가  있어서 우리는 보리수 열매를 맛있게 따먹고 빠알갛게 익은 보리 똥 가지를 꺾어서 집으로 가지고 오기도 하였다.

골짜기를 따라 올라오는 가을바람에 아름답게 휘날리던 억세 풀과 누렇게 익은 벼 사이로 이상하게도 생긴 허수아비의 흔들리는 모습은 지금도 아련히 아름다움으로 다가 온다. 왜 허수아비의 얼굴 모습이 그렇게 이상하게 생겼는지, 옷을 걸쳐 입은 모양도 아주 요상스럽게 입어서 궁금증이 오래도록 풀리지 않았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참새 쫓는 “후어이!” “훠이”하면서 양재기 두드리는 여자 아이들의 째지는 듯한 소리는 골짜기 마다 들을 수 있었고, 얼기설기 줄을 띄워놓고 깡통을 달아서 흔드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따가지고 온 밤송이는 집 뒤꼍 그늘진 곳에 가마니를 덮어두고 오래도록 두었다가 밤송이가 검붉게 변하였을 때 괭이 같은 것으로 두들기면 쉽게 밤을 꺼낼 수 있었다. 감은 밤보다는 훨씬 늦게 따는데, 감의 종류에 따라 월화시는 삭여서 식구들이랑 맛있게 먹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영동읍내까지 장날에 팔러가기도 하였다. 그 외의 감들은 곶감이나 홍시를 만든다. 곶감은 감을 깎아서 기다란 나뭇가지에 열개 정도씩 끼워서 새끼줄에 끼워 광 앞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다. 홍시로 먹으려는 감은 광속의 시렁(물건을 얹어 놓기 위하여 방이나 마루 벽에 두 개의 긴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든 것)위에 채반(껍질을 벗긴 싸릿개비나 버들가지 따위의 오리를 울과 춤이 거의 없고 둥글넓적하게 결어 만든 채그릇)을 올려놓고 짚을 깔고 감을 한케 깔고 짚을 깔고 그 위에 감을 올려서 차곡차곡 재어 두었다가 눈 오는 겨울철에 살짝 얼은 홍시를 먹는 맛은 다른 어떠한 맛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요즈음 아름다운 산야에 잎은 어디에 다 버리고 앙상하게 남은 줄기에 풍성하게 빨간 감만 조롱조롱 매달린 감나무를 보게 된다. 오늘은 가을을 재촉하는 비까지 뿌리니 아파트 정원에 감나무도 부끄러운 속살만 드러내어 달려있는 모습을 보니 부모님 살아계실 제 감 따던 시절이 더욱 그리워진다. 자식들을 생각하여 그 멀리까지 가서 밤과 감 따기 하던 일들은 지금 생각해 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저녁 무렵에 나와 가까이 살고 있는 누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옛날 우리 감나무 단지 늙은 감나무에서 뾰조리 감을 따왔다며 가지고 가라고 한다. 매형이 그 먼 곳까지 가서 어렵게 따온 감을 그냥 잡수시라고 하였지만 상자에 담아 놓았다며 무조건 가지고 가란다. 올 가을은 옛날 부모님 생각하며 어릴 때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었다. 누님이 주신 감을 아내와 함께 깎아서 나일론 줄로 엮어서 아파트 빨래건조대에 주렁주렁 걸어두니 나 혼자 가을을 듬뿍 안고 사는 것은 아닌지 행복이 도망갈까 은근히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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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 바로 위의 누님은 동네 친구들과 새벽 일찍 약속을 하여 홍시를 주러 갈 때면 나를 따라오지 못하게 하였지만, 막무가내로 억지를 쓰면서 울며 따라 다녔다.~~행복이 도망갈까 은근히 겁이 난다.
감 추억 아름답습니다.
납작감 동이감 단감 떨감 고욤 ~~.
감 종류도 많지요...
요즘은 감의 영양가 웰빙식품으로 거듭나며
감잎차를 만들어 먹는 시대 입니다.
감 사랑 감사합니다^^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최수룡 작가님 안녕하시지요
제가 있는 산집에도 감나무가 몇구루있는데 모두 둥구리 입니다
오늘서야 최수룡님 글을읽고 둥그리임을 알았네요
그저 십여년이넘도록 감으로만 치부해 왔답니다
겨울에 얼려 먹는맛은 정말 어떻게 표현할까 한참 설명해야할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12일 뵙겠습니다
그후는 대전모임이 있을때 꼭 참석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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