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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대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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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2,118회 작성일 2007-01-1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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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바람이 코끝을 알싸하게 만드는 저녁나절이었다. 순대 가게를 지나가는데 빨간 앞치마를 두른 순대가게 아저씨의 파안대소하는 얼굴이 깔끔하게 닦인 출입문 사이로 비쳐지고 있었다. 문든 마주보지 않은 아저씨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다 순대 아저씨를 처음 지켜보기 시작했던 시간이 떠올라 나도 몰래 따라 웃고 있었다.

IMF 위기로 급작스레 시작된 가장들의 명퇴로 바람 잘날 없던 어느 날,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작디작은 용달차가 다소곳이 서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대를 파는 그 용달차에서 순대를 파는 아저씨는 분명히 어느 회사에서인가 명퇴를 한 듯한 사십대 후반의 아저씨로 보였다. 가끔 오가며 바라봐도 언제나 입에는 자물쇠를 굳게 채운 듯이 보였고, 순대를 사러가도 값을 묻는 것 조차 미안할 정도로 손님과 마주하는 말이라곤 “어서오세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얼마입니다. 안녕히 가세요.”가 다였다. 그것도 들릴랑 말랑한 목소리로 하고는 또 다시 굳은 입술 끝에는 애써 지으려다 말고 꼬리를 감추고 마는 미소가 다였다.

생전 안 해보던 장사를 하기 위해 처음 나섰던 길이고 보면, 행여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나하는 두려운 빛도 읽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난 그 때 그 아저씨의 모습은 분명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순대를 써는 서투른 솜씨에 허둥대며 볶음을 하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아저씨의 어설픈 장사가 결코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었으니, 열심히 살다 명퇴를 하신 분인지 직접 말로 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홀로 낙오자가 된 듯한 느낌으로 작아졌을 아저씨의 마음만큼이나 아주 작은 용달에서 순대도 팔았지만 순대 볶음과 곱창 볶음도 팔고 있었다. 그 장사를 아저씨는 분명히 한 밤중 까지 혼자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장사 아저씨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가끔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집보다 더 깨끗한 행주하며, 깔끔히 씻겨 채로 쳐진 채 소복히 담겨져있던 싱싱한 야채들은 분명히 이른 아침 아내가 정성껏 챙겨준 재료들일 테니까 말이다.

장사를 하다 아는 사람을 만난다 한들 누가 그 아저씨가 순대를 파는 모습이 성스럽다고 하지 않을까? 어제의 화려한 이름은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오늘의 현실을 추구하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실한 모습은 진정 거룩하게 여겨졌다. 분명 그 아저씨는 순대를 팔면서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 맞교환하고 계셨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순대를 팔던 용달차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나 성실하게 지내던 아저씨가 옆 상가에 자그마한 가게를 얻어서 순대곱창 볶음이라는 작지만 당당한 간판을 내걸었던 것이다. 성실 끝에 건져 올린 간판이었으니, 꼭 나의 일이어야 기뻐할 건 아니었다. 지켜보는 기쁨, 개업에 대해서 서로가 주고받은 축하 말은 없었어도 그 아저씨가 하루 빨리 당당해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참 많이 기다리고 있었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던 아저씨가 내가 그동안 보아오던 모습이 아닌 파안대소를 하고 있었으니 분명 무슨 즐거운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행복한 모습이 보여서 내 마음도 따라 행복했다. 몇 년 세월을 지내는 동안 아저씨의 순대 써는 솜씨나 볶음 요리 솜씨도 장족의 발전을 하였고, 가게에 간판을 걸고 문을 연 후 처음 본 아내의 얼굴에도 아저씨의 늘어난 솜씨만큼이나 주름이 늘었다. 또 한 번도 본적은 없는 아저씨의 아이들도 제법 자랐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무엇보다도 어려운 시간을 겪으면서 지켜온 가족 사랑이 가장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자못 짐작해보는 사이, 코끝에 매달린 추위가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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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끝에 매달린 추위가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수필적 자아의 마음이 아릎답습니다. 자상한 생각이 좋은 글을 만드는가 봅니다.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기자기하면서 조곤조곤 속삭이듯이 사람의 감정을 누그러뜨리시는
이은영 작가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

이번에 빈여백동인지 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하시게 되신점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오늘 좋은 하루 되세요~~^^*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곱게 보아 주시니 언제나 좋은 일, 좋은 사람으로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는 듯 합니다
이은영 선생님의 잔잔한 글을 읽으면서  항상 그런 생각을 합니다.수상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정영희 시인님 새로운 사진,반갑습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지신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을 다 읽고 나니
코끝이 나 몰래 씽 함을 느끼었습니다. 아울러 수상하심을 진심으로 축하고 있습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행인님, 과분한 말씀에 얼굴이 발그레졌답니다~~...... ^^*

정영희 시인님, 고마워요. 고마워요.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진답니다.
그나저나 서강의 인연으로 만난 제 애인 잘 거두고 계신 거죠? 제리뽀도 많이 사주시구요? 하!! ^^*

김옥자 시인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문인들의 사랑이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그런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꾸벅!! ^^*

목원진 시인님, 부끄럽습니다.
늘 부족한 글에 아낌없는 성원 보내주심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며칠 전에 일본에 지진이 있었다고 하던데 별 일 없으신 게지요? ^^*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순대아저씨 굉장히 건실하시고 훌륭한분 같습니다
자기현실을 극복하고 다시일어날수있다는것이 그분은 성공한 삶이라거해도
과언아니겠지요.....감사합니다.....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늘에 뭍혀있는 미소를 봅니다
사랑은 사랑한다고 전하지못해도 사랑인것을 압니다
성실한 선은 모르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열심이 있는 서툴음은 매력일것 같습니다
늘 모자라 보이는것은 완벽한것보다는 인정이 오고가는 여유일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저씨 마음만큼 순대도 잘 팔리고
성실 끝 간판다니 나도야 기뻐하네
명퇴한 사십 대 후반 자료 수필 일등 감....입니다.
일상의 정감이 자연스레 다가온 수필 감사합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김영배 시인님,
최경용 시인님,
박명춘 시인님,
오늘도 감사한 마음 미소로 내려놓고 갑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모두들 힘 내시구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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