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잎새에 나부끼는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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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태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1건 조회 1,912회 작성일 2005-08-20 18:15본문
소나무 잎새에 나부끼는 파도소리
시/김 태 일(金 泰 一)
사라봉 길섶 소나무 잎새들이
지나가는 돌풍에 몸서리치듯
텅 빈 가슴 파고들어 '쏴아' 울음보를 터트립니다.
순간 당신의 초췌한 환영이 섬광처럼
등줄기를 훑어 파고듭니다.
개처럼 일경(日警)에게 끌려가던
당신의 다 낡은 바지저고리가
마지막 깃발이 되어 펄럭이던 만세동산,
그 바닷가 청지머루(靑鳥之園) 보리밭 위를 날아가던
바람 까마귀떼 소리가 바로 '쏴아' 그랬습니다.
당신이 가미가제특공대 영웅이 되어
일장기 두르고 외눈 달아 외발로 돌아오던 날,
그 보리밭 잎새들은
훈장처럼 눈서리 주렁주렁 달고 벌벌 떨며 숨죽여
지나가는 미풍에도 '쏴아' 흐느꼈습니다.
우리가 왜 모르겠습니까.
당신이 이유도 모른 체 미군정에 쫒겨
한라산 기슭 어느 동굴에서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 땅속 심연에서 들려오던 바람소리 역시
파도소리였다는 것을.
어머님이 한 많은 숨비소리* 남기고
피다 만 동백꽃 요절하듯
제주바다 깊이 평화롭게 잠들어 갈 때,
당신의 주검을 보듬어 안아 밀려온 파도소리 역시
이 소리였습니다.
오늘도 사라봉에는
당신의 한스런 주검을 조상(弔喪)하듯
별도봉 암벽을 향하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산책로 노송(老松) 잎새마다 허위허위
바람 되어 나부낍니다.
* 숨비소리 : 제주 해녀가 해산물을 따기 위해 바다 깊이 잠수하였다,
바닷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꾹 참았던 숨을 급히 내쉴 때, 자연스럽게
내는 휘파람 소리 비슷한 소리
댓글목록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도소리 'html 소스'가 없어서
파도소리를 백사운드로 깔지 못하였습니다.
파도소리 'html 소스'를 가지고 계신 분은
꼬리글로 부탁 올립니다. ^.~**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embed src=http://www.soundwiz.co.kr/SampleSound_File/자연/NTR071.wav volume=30 loop=true hidden=true>빨리 구하여 올립니다^^ 후에 덧글은 따로 올리 겠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와!!!
감사합니다.
역시 우리 귀공자 시인님이 '캡'입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
박태원님의 댓글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눈이오는건가요..너무시원합니다.
숨비소리도 배우고 갑니다.
김영태님의 댓글
김영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잊지 말아야 할 것 들을 너무 많이 잊어 버리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헐 것들을
너무 많이 잃어 버리고 살아가면서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일상을 일깨워 주는 김태일 시인님 글앞에서
머물다 갑니다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일제의 한맺힘, 애도의 시에 깊은 마음으로 머물다 갑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해녀들이 날숨을 그리시고
김 시인님의 글은
살아 한으로 숨죽여 우는
처참한 고백의 아픔입니다.
어찌 이리도 서럽습니까?
ㅋㅋ,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가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양남하님의 댓글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 하면, 4.3사건을 떠 올리게 되지요. 그리고 일본군인들의 만행도 따라 나서지요. 고향에가면 한 날에 제사지네는 집이 반 이상인데 이 파도소리는 살아있는 자들의 비탄의 소리요, 돌아가신 넋이 절규이지요.
늘 깨어있는 글을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태원 시인님, 김영태 시인님, 박기준 시인님, 고은영 시인님, 양남하 시인님!!!!!
우리 한민족의 역사는 우리들의 사연 못지않게 수많은 한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시인의 아픔은 한 개인에 극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와 민족과 인류는 물론 사물, 자연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현상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
그 고통과 아픔과 아름다움을 함께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 시인님들의 관심, 감사드립니다. ^.~**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숨비 소리가 그것이로구나!..제주에서는 숨비소리라고!.......이곳에도 해녀들이 있읍지요!.....김태일 시인님..그 서정이 마냥 부럽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근 시인님, 들려주셨었군요.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