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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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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923회 작성일 2007-04-02 00:19

본문


----------------------------------------------------------
댓잎 위에 눈 쌓이는 동안 나는 술만 마셨다 .
눈발이 대숲을 오랏줄로 묶는 줄도 모르고
술만 마셨다 .
 
거기 지금도 눈 오니?
여긴 가까스로 그쳤다.
 
저 九耳 들판이 뼛속까지 다 들여다보인다 .
청둥오리는 청둥오리의 발자국을 찍으려고
왁자지껄하게 내려앉고,

족제비는 족제비 발자국을 찍으려고
논둑 밑에서 까맣게 눈을 뜨고,

바람은 바람의 발자국을 찍으러 왔다가
저 저수지를 건너갔을 것이다
담배가 떨어져 가게에 갔다 오느라
나도 길에다 할 수 없이 발자국 몇 개 찍었다

이 세상에 와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것을
땅바닥에 찍고 다니느라
신발은 곤해서 툇마루 아래 잠들었구나
상기도 눈가에 물기 질금거리면서,

눈 그친 아침은, 그래서
이 세상 아닌 곳에다 대고 자꾸 묻고 싶어진다

넌 괜찮니?

넌 괜찮니?

------------------------------------

문득,
그대 생각을 합니다.
아니......그대 생각을 하는지 오래 되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동구 밖에 서있는 초입의 소나무처럼
눈이 와도 푸른 빛을 잃지 않으려고 언 땅에
깨끔발을 딛고 살았습니다.
와 줄 것 같지 않은 봄을 기다리느라
눈도 짓물렀습니다.
지난겨울 사는 게 힘들었던 어떤 날인가는
자나는 바람을 붙잡고 펑펑 울었습니다.
손목을 놓아주지 않는 나에게
바람은 그저 제 몸을 가만히 맡겨 주었습니다.
실컷 울다 보면 네 혼곤하고 지친 몸이
더워 질 수도 있으려니
등을 두드려 주며 지나갔습니다.

누군가 올려 놓은 시를 봅니다.
책장이 찢겨나간 빛 바랜 손수건 같은
시 한 편을 읽습니다.
누가 쓴 시인지도 모를

어찌도 그리 내 마음을 닮아 있는지
어쩌면 지난 날 내가 써 놓은
내 맘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것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만

힘들고 지친 아픈 고통도 시간이 흐르면
물처럼 흘러 갑니다. 
또한,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 가슴엔 웅덩이가 있어
아주 천천히
뜨거운 욕망이나 불 같은 분노를 갈아 앉힐 수 있어 
소나무처럼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가 있나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이 오는 늦겨울
안강들에 혼자 나와 걸어 갈 때면
가슴 속 웅덩이에 물결이 이는 출렁임,

그 속에서
아직도 식지 않은 욕망이나 분노 같은 것들이
언뜻 언뜻 가슴을 쥐어뜯는 그 이유로
눈밭에 발자국을 찍습니다.
그리고 술 한잔을 마십니다.

그대!
고맙습니다.

단지 내 가슴속 웅덩이에 그대를
담아 둘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 만으로도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
<06 . 끝 눈 오던 날>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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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윤숙님의 댓글

장윤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오던날 띄워보낸 편지글  하얀 겨울속으로 들어가 감상하고 갑니다.
좋은날 되시고 .. 4월은 더 충만한 힘찬 한달되시기 바랍니다. 귀한 글 뵙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직도 식지 않은 욕망이나 분노 같은 것들이
언뜻 언뜻 가슴을 쥐어뜯는 그 이유로
눈밭에 발자국을 찍습니다>
<단지 내 가슴속 웅덩이에 그대를
담아 둘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 만으로도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얼어있던 마음이 녹는 듯한
아름다운 시 뵙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 드립니다.  작가님들 모두 잘 계시지요?
봄이 왔습니다..
찬란한 이 봄!
모든 작가님들에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계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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