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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과 염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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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553회 작성일 2007-04-14 21:15

본문

소금가마 싣고 졸음에 겨운
화물열차 기적 소리에 어머니 이고 가신
찐빵 광주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축축이 내리는 빗방울 찐빵에 묻을 라
비닐 덮는 어머니 손길 너무나 가벼워
멀지 않은 산동네 아들
나무로 만든 고정된 사다리 올라
장독대에서 서부역 바라본다.
등기된 땅 위에 무허가 건물
철거될 날 다가와 좁은 마루 뜯어 낸 날
속살 같은 숨죽인 흙이 숨쉬듯 다가왔다.
잔잔한 허가 난 토지에 지금까지 숨어 살아
못 볼 것 다 보고 이제는 떠나라는 계고장에
설움은 씻기지 못하고 쌓여 힘없는 담장 벽돌
망치로 하나씩 때려 본다.

어머니 항상 지나 다니셨던 염촌교 지나 남대문시장
아들은 어머니와 만난 날 어머니 팔에 걸친
구제품 옷보고 이제야 광명당 시계포로 향했지만
두 달 도 못되어 자유극장도 못 들어가 본 채
낱담배 파는 리어카 카바이드 불에 성냥 없어
담뱃불 붙이고 산동네 집으로 올라간다.
여름 계절 껍데기에 쌓인 거북한 잔해
떨쳐 버리지 못하고
어머니 남대문시장에서 가지고 오신 헌 구두
발에 잘 맞고 가벼워
뒷동산 성황당 평지를 걸어 남 볼까 두려워 작은 돌 언치고
돌아 온 날 아파트 좁은 계단 거미줄은
얼굴 스쳐 신원조회 받으러 경찰서로 향한다.

언제 보았던 가 성황당 자리에 아파트 들어서고
나무 사다리 밑 수세식 화장실에 놓인 나무판
사라진 자리 시립 어린이 방 생겨
생을 등에 업고 태어난 밑 동네로 향하니 뒷집 대문만
눈에 들어오고 넓게 보이던 골목 마당은
새 가슴 만큼이나 좁게 보이던지 좁은 골목길로 이어진
소금가마 위 염촌교 구두방들은 줄지어 서서
거리낌 없는 손님 만나 떠날 구두만 긴 호흡하며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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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 가슴 만큼이나 좁게 보이던지> 좁은 골목길로 이어진
소금가마 위 <염촌교 구두방들은 줄지어 서서>
거리낌 없는 손님 만나 떠날 <구두만 긴 호흡하며> 잠들어 있다.
구두도 좀 쉬고 싶은거죠
좋은글 고맙습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울역과 염촌교.. 남대문 시장까지...
그 거리의 모습이 훤하게 그려집니다.
시인님의 눈은 바늘끝 보다도 더 예리하신 것 같습니다.
나누고 또 나누어 보이지 않는 티끌에까지
총총히 얹어 놓으신 시심에 늘 놀라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의 봄 되시길 빕니다.

이필영님의 댓글

no_profile 이필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그 이면을 보시는 시인님의 '시심'을 보고 갑니다.
윤중로에 벚꽃이 아직도 흩날리고 있습니다.
즐거운 봄날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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