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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312회 작성일 2007-04-21 12:08

본문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은
새털 자라는 겨드랑이에
두 팔 끼고 일으켜 세우는
어머니
십 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다가오는 손길 이어져
어머니 팔 힘은 세 지셨고
손힘은 억세 지셨습니다.
보이는 몸 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 장애가 더한 세상
순진무구한 두 살 많은 여성 다가와
손 잡을 때 어머니는
사돈되실 부모님 생각해
두 눈에 흐르는 눈물 휠체어에 뿌려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 손잡이에 거두시고
말없이 서 계셨습니다.

정상인이나 장애인 누구든 말없이
받아주는 신혼 방 침대 이불에
불구인 아들 보살펴 줄 며느리와 함께
들어가 두 손 꼭 잡아 주시는 어머니
부둥켜안은 따스한 체온
일어서지 못하는 아들 두 다리에 퍼져
땅속 끝까지 스며듭니다.
일어서지 못하지만 일어설 날 위하여
더 가늘어 질 수 없는 다리
침대 이불에 감출 필요 없이
보이는 대로 어머니에 보인 것처럼
연상의 여인에게 보여줍니다.

일어서 걷는 길이 아닌
언제나 네 바퀴가 그리는
올 곧은 직선 아니면 곡선 길
앞서서 잡지 않고 언제나 뒤에서
잡는 손길 어머니 손길 닮아
가는 길 정해져 있지만
끝내 예식장 찾은 여인 어머니 화장한
모습 만큼이나 향기 품으며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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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어서 걷는 길이 아닌>
언제나 네 바퀴가 그리는
올 곧은 직선 아니면 곡선 길
앞서서 잡지 않고 언제나 뒤에서
잡는 손길 어머니 손길 닮아
가는 길 정해져 있지만
끝내 예식장 찾은 여인 어머니 화장한
<모습 만큼이나 향기 품으며 열려 있습니다.>

좋은글 주셨군요 ./ 머물다 갑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던 교훈이 생각납니다
5월 10일 부산에 갑니다
힘들게 살아가다 간 동생이 찾아오는 날입니다
멀쩡하다가 어느날 천둥번개소리에 식물이 되어
10년을 지새다가 편히 쉬십시오 하며~~!!!
고운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휠체어 위에 얹힌 아들의 삶을 억세어지신 팔과 손으로 일으켜 세우시는 어머님을 봅니다.
어느 누구도 짐작치 못할 아픔이, 연상의 여인과의 결혼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셨으면 합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은 그 자리에 서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상상조차 할 수조차 없을 것 같습니다.
멀쩡한 자식을 두고도 이리 속이 썩어가는 걸 보면 말입니다. 부모가 아무나 될 수 없는 자리임을 더욱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이순섭 시인님...
늘 쪽집게처럼 꼭꼭 찝어내시어 올려주시는 귀한 시들... 정말 감사히 읽고 있답니다.
귀한 시간을 나누어 주심에도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유타의 봄은 아직도 갈팡질팡입니다. 정말 인색한 올해의 봄입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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